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국회에 정당 해산 심판 청구권을 부여하는 법안 발의 등 국민의힘을 겨냥한 위헌정당 해산심판론이 불 붙고 있다. 그러나 정당 해산 제소권을 '정부'로 한정한 헌법과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과 함께 삼권분립 훼손 우려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5일 대표발의했다.
정당 해산 심판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통해 정당을 강제 해산하는 절차다. 그간 정부로만 제한됐던 정당 해산 심판 청구권을 국회 의결을 통해 청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란 동조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의원은 "비민주적·위헌적 행위를 저지른 정당은 해산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국회 역시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은 단독 의결로도 국민의힘 해산 심판을 헌재에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구조가 마련된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 직후 소속 국회의원 자격을 자동 상실하게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성윤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에 "발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헌재의 해산 심판 청구 인용 결정에도 소속 의원들의 의원 자격 상실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점을 반영해 이를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2014년 헌정사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비례대표였던 김미희·김재연 의원은 즉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헌재가 이석기·오병윤·이상규 등 지역구 의원의 자격 문제는 직접 판단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정당 해산과 무관하게 의원직을 유지하다 다음 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과 국회사무처의 후속 조치를 통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민주당은 전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논의에 군불을 지폈다.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수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 아닌가"라며 "이 정도면 1심 판결을 볼 것도 없이 '내란 정당'에 대한 해산 심판 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통진당은 지역당의 비공개 정세 강연회에서 내란 음모, 예비만 했다는 이유로도 해산됐다"며 "통진당 결정처럼 국민의힘도 위헌정당으로 해산돼야 한다는 게 내란 종식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라고 거들었다.
당시 헌재가 통진당 의원들의 회합 논의를 정당 전체의 활동으로 판단한 점을 언급하며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게 의원들이 모이는 걸 방해한 행위와, 탄핵 의결에 조직적으로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 역시 (정당) 전체 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 후보자도 국민의힘 해산 심판 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힘 해산 심판을 청구할 의사가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지금 의견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내란 수사를 지켜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과의 관계가 확정되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일당 독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을 일당 독재국가로 끌고 가겠다는 시도에 대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도 "야당을 해산하려고 법까지 바꾸는 것은 독재 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국민 앞에 자백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신동욱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정당 해산 사유라고 한다면 민주당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김민석 총리 등도 내란 동조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정 의원은 같은 날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많이 불안한가 보다"며 "해산당할 일을 안 했으면 해산당하지 않을 것이고, 해산당할 짓을 했으면 해산당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윤석열 내란 수괴 피의자가 귀당 국민의힘 소속이었고 귀당은 윤석열 탄핵, 파면에도 반대하고 윤석열 내란범을 비호하지 않았는가. 통진당이 해산됐다면 국민의힘은 해체 분해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헌법상 정당 해산 제소권은 '정부'로 한정돼 있어 국회에 해산 심판 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최상위법인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명백한 헌법 충돌 소지가 있다"며 "헌법 개정부터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법안이 통과돼도 헌법재판소가 사후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위헌으로 판단할 여지도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재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으며, 정당은 헌재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한다.
삼권분립 훼손 우려도 나온다. 그는 "헌법이 왜 제소 권한을 정부에게 줬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헌법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헌법을 넘어선 입법 활동을 할 경우 견제와 균형 원칙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제 막 법안이 발의된 직후인 만큼 아직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