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이 더불어민주당 내부를 뒤흔들고 있다. 당 보좌진들까지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당 지지층 사이 신경전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 후보자를 둘러싼 잡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강 후보자는 과거 보좌진들에게 쓰레기를 처리하게 하고 자신의 집 화장실 비데 수리를 지시하는 등 업무 외 사적인 일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보좌진 취업 방해와 임금 체불 그리고 병원 갑질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되며 논란은 증폭됐다.
이 사안은 그간 윤석열 정부의 인사 실패를 날카롭게 비판해 온 민주당에 뼈아픈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지도부는 "구태의연한 카더라식, 막무가내식 인신공격과 음해, 도 넘는 국정 발목잡기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도 제대로 소명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공식적인 발언은 점점 줄이는 추세다.
당내 기류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들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가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문회를 통해 해명을 하겠다는 후보자의 입장을 존중했고 기대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후보자의 입장은 해명이 아닌 거짓 변명에 불과했고, 감성팔이와 본질을 벗어난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강 후보자는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보협도 지난 15일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과 간담회를 갖고 보좌진 처우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한 데 이어, 전날 고건민 회장은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 후보가 정말 당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거취 결정을 본인이 좀 스스로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지지층 내부 갈등으로 번지며 감정의 골마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 후보자를 옹호하며 물러서선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데 이들 사이에선 민보협을 향한 비판을 넘어 강 후보자에 비판적 의견을 낸 보좌진들을 '미래의 수박'으로 규정하며 색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글들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지지층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강 후보자의 거취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친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를 본 개인 평가가 어떻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다"며 "저도 인턴 비서부터 비서관 보좌관을 했던 의원으로서 느꼈을 여러 가지 아픔에 대해서는 같이 공감을 하고 유감을 표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 국민의 눈높이를 당사자와 또 인사권자 이런 분들이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당 지도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실 근무하는 사람도 아니고 단지 민주당 국회의원일 뿐인데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께서 정치라고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심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 이 정도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