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혁신위'도 좌초?…당내 "혁신안 불발 가능성 커"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07.18 00:00 / 수정: 2025.07.18 00:00
'실명 인적쇄신' 이어 '총선 불출마'까지
지도부 포함 당내 반발…동력 잃었단 평가
윤희숙 "다구리(몰매) 당해"
국민의힘 혁신 방향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윤희숙 당 혁신위원장이 실명 인적쇄신안에 이어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언급하자 당내 반발은 더육 커졌다. 사진은 윤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 혁신 방향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윤희숙 당 혁신위원장이 '실명 인적쇄신안'에 이어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언급하자 당내 반발은 더육 커졌다. 사진은 윤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혁신 방향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윤희숙 당 혁신위원장이 '실명 인적쇄신안'에 이어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언급하자 당내 반발은 더욱 커졌다. 오는 2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혁신안 수용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지만 이미 혁신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윤 위원장은 17일 '1차 인적쇄신안'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윤 위원장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발표한 혁신안을 보고하자 비대위는 윤 위원장이 혁신위원과 상의 없이 개인 자격으로 혁신안을 공개한 점을 지적했다. 인사청문회에 화력을 집중해야 할 때 분란만 조장했다는 불쾌감도 감지됐다.

인적쇄신 대상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윤 위원장에게 "당을 위한 충정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공식적인 과정과 절차를 밟아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 과정을 밟아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 위원장에게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것은(1차 인적쇄신안) 본인의 개인 의견이라고 명확히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혁신위원장의 자격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비춰졌다.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차기 총선 불출마로 해석되는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간 당을 이끌어오신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실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2004년 차떼기로 당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을 때 당대표를 필두로 27명의 중진들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당을 소생시키고, 젊은 정치에 공간을 열어줬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반응을 "다구리(몰매)"로 정의했다. 지도부로부터 쇄신 의지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우리 당에 지금 책임지는 분이 없다는 것이 국민들 눈에 너무 답답한 것"이라며 "책임지는 중진의 모습을 부탁드리는 차원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혁신안 수용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지만 이미 혁신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오는 2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혁신안 수용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지만 이미 혁신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우선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 중 거취를 표명한 의원은 없다. 나경원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 몇몇을 제물 삼아 불출마 선언으로 쳐낸다고 내란당 프레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라며 "우리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는 제발 그만 멈추자"라고 윤 위원장을 겨냥했다.

장 의원은 "윤 위원장의 오발탄"이라고 반발했고, 윤 의원은 "정말로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송 위원장도 "당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충정으로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에선 '갑작스럽다',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다수다. 최수인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으신 채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혁신 의지가 없다는 얘기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분란과 관련해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윤 위원장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처음엔 보고 뭔가 싶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필요하지만 개인 의견 밝히듯이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혁신 방안에 대한 일관성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나온 혁신안에 대해 논의힌다. 당내 반응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선 혁신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렇게 될 경우 전당대회 이전까지 혁신안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혁신위 계획은 무산된 채 좌초할 수 있다.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사실 혁신안이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결국 전당대회에서 승자가 나온 이후 혁신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윤 위원장은 당내 혁신안 관련 반발에 대해 "반발이 없으면 혁신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우리가 해오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당이 새로워졌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혁신위는 18일 4차 회의를 열고 혁신안 논의를 이어간다. 윤 위원장은 추가 인적쇄신 대상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그는 "저희(혁신위)는 안을 만들어서 권고하는 것이 저희 몫"이라며 "저희는 저희가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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