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송호영 기자] 미국의 관세 발효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16일 각 당이 다른 견해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국민의힘은 "협상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맞섰다. 조국혁신당은 "시간을 벌며 버텨야 한다"며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외교안보포럼과 국회미래연구원이 개최한 '새 정부의 한미관계 비전과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국민의힘·혁신당은 대미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민주당은 관세 협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여당인 만큼 정부의 외교 기조에 발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미국이 지금 우리의 품목 관세와 상호 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고 비관세 장비에까지 중요한 문제를 적극 제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관세 협상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는 "새 정부에서 아직은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기에 이야기할 때 조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은 "우리는 패키지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고, 미국은 일단 관세 협상하고 상호 관세 협상하고 품목은 또 별도라는 입장"이라며 "협상하는데 사실은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게 아니고 굉장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홍기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 또는 미국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전략이나 향후 어떻게 그려 나가야 될지가 불확실하고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트럼프를 만족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원하는 걸 최대한 많이 들어주는 것"이라며 "결국 우리 것을 일방적으로 많이 주는 것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은 "제일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며 신속한 관세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이 미국과 협상을 피할 기회가 주어졌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계속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어떤 순간에 일본과 유럽연합(EU)은 협상 타결이 되고 우리만 관세가 높게 되면 최악의 결과가 되므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건 의원은 구체적인 협상 타결 시기에 대해서는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타이밍은 EU와 일본이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기 직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에서 '무조건 버텨라' 이런 것보다는 정부가 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저는 여전히 느리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속 버티게 되면 10%의 (관세로) 타협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고 그래서 지난번에 편지를 보냈을 때도 사실 주식시장은 별로 요동치지 않았으므로 느리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이 한 관계를 재조정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단지 몇 %의 유예를 얻어내는 기술적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미 관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한미관계 설정에 따라 산업 공동화, 기술 주권의 문제, 특히 지역 소멸과 계층 간 양극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과 우호적 조율이나 자유무역의 당연함은 조금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연원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제안보실장은 "미국은 현재 관세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의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 안보실장은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을 지낸 바 있는 외교 전문가다. 그는 관세 협상 시기에 대해 "미국과 한국 미국의 관세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좀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EU와 캐나다를 예시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을 시작으로 25개 경제주체(24개국+유럽연합)에 상호관세율을 명시한 서한을 보내 내달 1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보한 상호관세율은 한국 25%, 일본 25%, EU 30%, 멕시코 30%, 캐나다 35%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