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국힘 위기인데…볼썽사나운 '하남자' 신경전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7.12 00:00 / 수정: 2025.07.12 00:00
국힘, 윤상현·임종득 의원실 압색에 발끈
이준석, 출퇴근길 대중교통 이용 목격단
국민의힘에서 소위 하(下) 남자 논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국민의힘에서 소위 '하(下) 남자' 논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누가 누가 하남자인가"…때아닌 '하남자' 논쟁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 사이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응. 안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인적 청산' 대상으로 권 전 대표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목한 이후 그들 사이 감정싸움이 이어지고 있어. 실명을 거론한 건 아니지만 '지난 대선 기간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 '대선 후보 교체 사태 관련자' 등 안 의원이 언급한 힌트를 종합하면 딱 이 두 사람이 떠오르는 거지. 권 전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자신의 당대표 당선을 위해 동료 의원을 희생양 삼고 있다고 보고 있어. 그러면서 안 의원을 '하남자'라고 지격했어. 속이 좁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야. 공개 인터뷰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실명 거론을 못 하면서 뒤에서는 '권성동·권영세가 맞다'고 한 셈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 의원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 당시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안 의원만 유일하게 퇴장하지 않고 남았다. /이새롬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 의원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 당시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안 의원만 유일하게 퇴장하지 않고 남았다. /이새롬 기자

-안 의원 반응은 어땠어?

-안 의원은 사진 한 장으로 짧고 간결하게 반격했어. 지난해 12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첫 표결 당시 사진인데,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안 의원 홀로 자리를 지키고 표결하는 모습이 담겼어. '이런 모습을 보고도 내가 하남자냐'라고 반문하듯이 "하남자?"라는 짧은 문구와 말이야. 친윤(친윤석열)계 당 주류인 권 전 원내대표를 상대로 '탄핵 찬성' '소신파'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여.

-때아닌 '하남자' 논쟁에 반응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더라.

-맞아. 지금이 그럴 때냐는 지적이 나와. 당 지지율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쇄신 방향을 두고도 '인적 청산'을 하느냐 마느냐 혼란한 상황을 더 가중시키는 이기적인 처사라는 거야.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11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안 그래도 국민들이 우리 당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갖지 못하고 있고 지지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공방까지 겹치게 되니 좀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어. 각자 입장과 생각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공방에 지친 국민을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 아닌가 싶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채상병 특검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임종득 의원실 방문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채상병 특검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임종득 의원실 방문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뉴시스

◆국힘, 조여오는 사법리스크에 분노 속 무기력

-3대 특검 가동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응. 지난 11일 점심 먹기 직전 채상병 특검팀이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어. 그러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모두 지금 임 의원실 앞으로 모여 달라"고 긴급 알림을 보냈어. 곧이어 의원들 20여 명이 임 의원의 사무실 앞에 집결했고, 송 위원장은 "정치 보복성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고 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압수수색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맞아. 지난 9일에는 김건희 특검이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 했지. 불과 며칠 사이에 두 명의 의원실이 잇따라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지. 동시에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야.

-임 의원의 압수수색 이후인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께 송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의 방문도 다녀왔어. 하지만 뾰족한 실질적 대응 전략이 없다는 평가가 많아. 최근 만난 당 구성원들은 내년 지방선거가 어려울 것이라고 푸념들 하더라고. 당 내부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야. 당 지지율 떨어지고 있기도 하고.

이 의원이 2021년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다. /더팩트 DB
이 의원이 2021년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다. /더팩트 DB

◆"어라, 이준석?" 따릉이 타고, 버스 타고, 지하철까지

-요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출퇴근길에 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더라.

-실제 지난 10일 퇴근길 버스에서 직접 목격했어. 국회의사당 앞 정류장에서 이 의원이 버스를 탔어. 누군가 싶었는데, 딱 봐도 알겠더라. 스케쳐스 운동화에 정장 차림, 손목시계까지. 이 의원의 단골 스타일이잖아. 시민들은 이 의원을 못 알아본 건지 아는데 알은체를 안 하는 건지. 반응이 없더라. 퇴근 앞에선 이 의원도 그냥 사람인가 봐. 혼자 막 웃고 있더라고.

-얼마 전엔 국회에서 목동까지 따릉이 타고 갔다며? 그걸 또 SNS에 인증까지 올리고. 지난 8일, 기습 폭우가 쏟아지던 날엔 지하철 1호선을 탔나 봐. 그날 1호선 노량진-대방 구간 열차가 운행중단되기도 했잖아. 딱 그 시점에 탔나 보더라. SNS에 "비가 엄청 와서 역시 우리의 1호선은 잘 오지 않습니다. 더운데 그래도 비 오니 꿉꿉해도 낫네요"라고 올렸더라.

-이 의원을 지하철 9호선에서 봤다는 기자들도 꽤 있더라. 정장 입은 남자가 끝 칸 벽에 기대서 이어폰 끼고 핸드폰 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의원이었대. 근데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고 해. 그냥 피곤한 직장인인 줄 알았나 봐.

과거 이 의원이 지하철 4호선에서 옆 승객 어깨에 기대 잠든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과거 이 의원이 지하철 4호선에서 옆 승객 어깨에 기대 잠든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해 이 의원이 지하철에서 자는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거 기억나? 다들 '콘셉트샷' 아니냐고 했었는데, 지금 보면 "아, 진짜였구나" 싶다니까. 동탄 갈 때도 빨간색 광역버스를 자주 탄다고 해.

-그러고 보니 이 의원, 이번 대선 때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 연 적 있었잖아. '따릉이'를 타고 온다더니 그냥 걸어서 등장했거든. 기자들이 "따릉이 타고 온다며~"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지. 과거 국민의힘 대표 시절에도 그랬다며? 따릉이 타고 다니고, 지하철 타고 행사 가고. 오늘도 버스나 지하철 옆자리에 이 의원이 앉아 있을지도 몰라. 그냥 이어폰 끼고, 폰 보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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