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누가 누가 하남자인가"…때아닌 '하남자' 논쟁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 사이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응. 안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인적 청산' 대상으로 권 전 대표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목한 이후 그들 사이 감정싸움이 이어지고 있어. 실명을 거론한 건 아니지만 '지난 대선 기간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 '대선 후보 교체 사태 관련자' 등 안 의원이 언급한 힌트를 종합하면 딱 이 두 사람이 떠오르는 거지. 권 전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자신의 당대표 당선을 위해 동료 의원을 희생양 삼고 있다고 보고 있어. 그러면서 안 의원을 '하남자'라고 지격했어. 속이 좁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야. 공개 인터뷰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실명 거론을 못 하면서 뒤에서는 '권성동·권영세가 맞다'고 한 셈이야.

-안 의원 반응은 어땠어?
-안 의원은 사진 한 장으로 짧고 간결하게 반격했어. 지난해 12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첫 표결 당시 사진인데,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안 의원 홀로 자리를 지키고 표결하는 모습이 담겼어. '이런 모습을 보고도 내가 하남자냐'라고 반문하듯이 "하남자?"라는 짧은 문구와 말이야. 친윤(친윤석열)계 당 주류인 권 전 원내대표를 상대로 '탄핵 찬성' '소신파'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여.
-때아닌 '하남자' 논쟁에 반응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더라.
-맞아. 지금이 그럴 때냐는 지적이 나와. 당 지지율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쇄신 방향을 두고도 '인적 청산'을 하느냐 마느냐 혼란한 상황을 더 가중시키는 이기적인 처사라는 거야.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11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안 그래도 국민들이 우리 당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갖지 못하고 있고 지지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공방까지 겹치게 되니 좀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어. 각자 입장과 생각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공방에 지친 국민을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 아닌가 싶어.

◆국힘, 조여오는 사법리스크에 분노 속 무기력
-3대 특검 가동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응. 지난 11일 점심 먹기 직전 채상병 특검팀이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어. 그러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모두 지금 임 의원실 앞으로 모여 달라"고 긴급 알림을 보냈어. 곧이어 의원들 20여 명이 임 의원의 사무실 앞에 집결했고, 송 위원장은 "정치 보복성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고 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압수수색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
-맞아. 지난 9일에는 김건희 특검이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 했지. 불과 며칠 사이에 두 명의 의원실이 잇따라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지. 동시에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야.
-임 의원의 압수수색 이후인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께 송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의 방문도 다녀왔어. 하지만 뾰족한 실질적 대응 전략이 없다는 평가가 많아. 최근 만난 당 구성원들은 내년 지방선거가 어려울 것이라고 푸념들 하더라고. 당 내부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야. 당 지지율 떨어지고 있기도 하고.

◆"어라, 이준석?" 따릉이 타고, 버스 타고, 지하철까지
-요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출퇴근길에 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더라.
-실제 지난 10일 퇴근길 버스에서 직접 목격했어. 국회의사당 앞 정류장에서 이 의원이 버스를 탔어. 누군가 싶었는데, 딱 봐도 알겠더라. 스케쳐스 운동화에 정장 차림, 손목시계까지. 이 의원의 단골 스타일이잖아. 시민들은 이 의원을 못 알아본 건지 아는데 알은체를 안 하는 건지. 반응이 없더라. 퇴근 앞에선 이 의원도 그냥 사람인가 봐. 혼자 막 웃고 있더라고.
-얼마 전엔 국회에서 목동까지 따릉이 타고 갔다며? 그걸 또 SNS에 인증까지 올리고. 지난 8일, 기습 폭우가 쏟아지던 날엔 지하철 1호선을 탔나 봐. 그날 1호선 노량진-대방 구간 열차가 운행중단되기도 했잖아. 딱 그 시점에 탔나 보더라. SNS에 "비가 엄청 와서 역시 우리의 1호선은 잘 오지 않습니다. 더운데 그래도 비 오니 꿉꿉해도 낫네요"라고 올렸더라.
-이 의원을 지하철 9호선에서 봤다는 기자들도 꽤 있더라. 정장 입은 남자가 끝 칸 벽에 기대서 이어폰 끼고 핸드폰 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의원이었대. 근데 아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고 해. 그냥 피곤한 직장인인 줄 알았나 봐.

-지난해 이 의원이 지하철에서 자는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거 기억나? 다들 '콘셉트샷' 아니냐고 했었는데, 지금 보면 "아, 진짜였구나" 싶다니까. 동탄 갈 때도 빨간색 광역버스를 자주 탄다고 해.
-그러고 보니 이 의원, 이번 대선 때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 연 적 있었잖아. '따릉이'를 타고 온다더니 그냥 걸어서 등장했거든. 기자들이 "따릉이 타고 온다며~"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지. 과거 국민의힘 대표 시절에도 그랬다며? 따릉이 타고 다니고, 지하철 타고 행사 가고. 오늘도 버스나 지하철 옆자리에 이 의원이 앉아 있을지도 몰라. 그냥 이어폰 끼고, 폰 보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