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쟁점 법안에 대해 숨고르기를 택했던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개혁입법 속도를 높이겠다"며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제동이 걸렸던 방송3법과 농업법은 물론, 최대 쟁점 법안으로 꼽히는 노란봉투법과 한층 강화된 상법 개정안까지 이달 중 추진을 예고했다. 입법 드라이브와 함께 청문회 정국까지 맞물리며 여야 협치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혁입법 속도를 높여 7월 국회를 위기 극복과 민생 개혁 국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은 국민과 약속한 민생법안 통과를 위해 전력투구 중"이라며 "7월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에 의해 중단됐던 민생 개혁 법안 처리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방송3법부터 이달 내 처리하겠다고 못박았다. 김 대행은 "6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방송 정상화 3법'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이사 수와 이사 추천 주체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방송3법은 지난 7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안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과방위 통과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독단으로 밀어붙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농업4법' 중 농어업재해대책법과 재해보험법도 이달 내 처리를 예고했다. 두 법안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도 추수기에 맞춰 8~9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정부가 도입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의 반발 속 교육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지역화폐 발행 시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지역화폐법도 이날 민주당 주도로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여야 최대 쟁점 법안으로 꼽히는 노란봉투법도 이재명 대통령 주문에 발맞춰 이달 중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진 의장은 지난 8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등 민생에 직결된 법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당 원내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혁입법 속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방송3법과 농업법 뿐 아니라 노란봉투법도 이달 내 처리하는 것으로 원내 기조가 잡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추석 전' 얼개를 언급한 검찰개혁도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사위는 전날(9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 4법'을 법안소위에 회부하며 입법 논의의 문을 열었다.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당내 검찰 조작기소 대응 TF도 띄우며 검찰을 향한 전선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도 추석 전 검찰개혁 완수를 못박았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당대표 후보 등록 후 "검찰개혁은 임기 초 3개월 안에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울 것"이라며 "개혁입법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전 원내대표도 지난 2일 "9월까지 검찰청을 해체하겠다"며 "추석 밥상 위에 검찰개혁을 올려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더욱 강화된 상법 개정안도 7월 임시국회 내 추진할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3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아 후속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 코스피 5000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생부대표는 전날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가 발의하며 강화된 상법 개정 논의에 불을 붙였다. 법사위는 오는 11일 상법 개정 관련 공청회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경제계를 만나 입법 보완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이같은 개혁입법 드라이브에 내주 청문회 정국까지 맞물리면서 여야 협치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방송3법과 농업4법, 노란봉투법 등은 지난 정권부터 여야 간 이견이 워낙 컸던 법안인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협상을 위한 속도조절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쟁점법안과 별개로 여야 간 공통공약을 고리로 협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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