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국정기획위원회가 개헌을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하기로 하면서 개헌 논의가 본궤도에 접어들었다. 다만 개헌 추진을 주도할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 발판'으로 언급한 국민투표법 개정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어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개헌안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분명히 정리가 돼 있다"며 "개헌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동시에 대통령이 공약한 세부 내용도 목록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개헌 시점도 빠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다음 총선까지라고 언급한 만큼 국정위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위는 지난 6일 시민단체 '국민주도 상생개헌행동' 대표단과 첫 간담회를 열고 개헌 방향성을 논의했다. 박홍근 기획분과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개헌은 우선적인 국정과제"라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개헌과 관련한 다른 단체의 간담회 수요가 있다면 향후에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5·18 당시 언급한 개헌안을 충실히 담아 추진하고, 공약이 구체적인 만큼 개헌 추진 시기와 절차를 고민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18일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 구상을 발표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과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감사원의 국회 이관도 개헌 공약에 포함됐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헌법기관도 신설할 뜻을 밝혔다.
다만 개헌은 국회와의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국정위는 구체적 추진 시기나 내용을 일방적으로 확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대변인은 이날 "국정위가 개헌안을 성안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개헌안을 국정과제에 담는 것과 별개로 개헌 시기와 내용은 결국 국회와 협의를 통해 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 만큼 저희가 목표를 정할 때 조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것도 관건이다. 조 대변인은 "여당과만 협의한다고 가능한 문제가 아닌 만큼 야당과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개헌 발판'으로 언급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관건이다. 국민투표는 선거 이외에 국가적 중대사항을 결정하고자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묻는 투표로,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상 투표 연령이 여전히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과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해 투표 연령 조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정위는 다음 주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국민투표법 개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개헌 논의를 주도할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특위 구성과 관련한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김병기 원내대표가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한 것 외에는 당 차원에서 개헌과 관련해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대선 전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던 정대철 헌정회장은 <더팩트>에 "전직 대통령들의 개헌 공약이 번번이 실현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대통령이 확실한 실행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특히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이를 다른 기관으로 이양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