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이 하나둘씩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구주류와 비주류 간 대결 구도가 될 전망이다. 비주류는 구주류의 '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며 그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수적 우세를 점한 당 주류의 반발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준비에 나서면서 당권주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날 기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조경태 의원,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양향자 전 의원 등이다. 이밖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장동혁 의원 등이 주자로 거론된다.
당 지도부는 이와 별개로 신임 혁신위원장을 선임해 혁신위 차원의 쇄신안 마련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적으로 혁신위원을 발표하고 혁신위가 제대로 굴러가게 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실질적인 당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서 전당대회 이후 구성되는 당 지도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8월 중순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혁신위를 통해 공백을 메꾸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당 혁신의 키는 자연스럽게 차기 당 대표가 쥘 확률이 높아졌다.

이번 전당대회 쟁점은 각 주자마다 제시할 '혁신 방안'이다. 먼저 비주류로 분류되는 안 의원과 조 의원은 인적 쇄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안 의원은 당대표가 된다면 가장 먼저 인적 쇄신부터 시작하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선) 백서가 나오면 그에 따라 사과할 분이 있고, 징계를 받을 분도 있고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보다 강도 높은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저지하러 나선 의원 45명도 청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내란 특검이 진행 중이지 않나. 이런저런 부분에서 인적 청산의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 주류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의원을 겨냥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도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구주류가 여전히 당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비주류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체, 특히 당 주류를 겨냥하고 있는 특검 수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사실상 혁신위도 없이 하는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은 '친윤(친윤석열) 구주류의 귀환이냐 비주류의 등극이냐'다"라며 "특검 수사의 강도에 따라 주류세력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