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북한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방류된 핵 폐수가 서해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의혹에 정부가 4일부터 특별 합동 실태조사에 나섰다. 학계에서는 지나친 우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2주간의 분석 과정을 통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당분간 매월 감시체계를 지속하는 정기 감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부대변인은 "관계 부처 협의체를 지속 운영해 수시로 소통해 나감으로써 국민적 우려 사항에 대해 즉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이날 예성강 하구와 인접한 강화군 및 한강 하구 등 6개 정점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했다. 채취된 시료는 한 곳당 20ℓ 통 3개와 2ℓ 통 2개 분량으로, KINS 분석실로 옮겨져 오염 여부에 대한 정밀 분석을 거치게 된다.
이번 조사는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2019년보다 확대된 규모다. 당시 조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단독으로 진행했으며 6개 정점에서 채취한 시료의 우라늄 수치만을 계측했다. 이번에는 원안위·해양수산부·환경부 등 참여부처가 확대됐고, 10개 정점에서 채취한 시료의 우라늄·세슘·중금속 수치를 계측한다.
북한의 핵 폐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6일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미국 환경체계연구소(ESRI)의 '월드뷰-3'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평산 우라늄 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인근 예성강을 따라 서해에 유입됐다는 위성 분석 전문가 정성학 박사(한국우주보안학회)의 주장을 소개했다.
북한은 2000년대 중반부터 평산 우라늄 광산 일대에 정련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분쇄한 우라늄 광석을 화학물질에 녹여 침출하는 등 공정을 거쳐 순도를 높인 우라늄 정광(옐로케이크)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우라늄 정광은 영변 핵시설 등으로 옮겨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에 사용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은 최근에도 이 시설이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핵 폐수와 관련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강화군에 있는 해수욕장의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약 8배인 0.87μSv/h(마이크로시버트)로 계측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 1일 KINS 현장조사반을 강화군에 파견해 조사했고, 그 결과 0.2μSv/h 이내로 정상 범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에 따라 정부가 실태조사까지 나선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반인의 우려와는 달리 우라늄 그 자체에선 방사선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나오는 방사선도 대부분 알파 입자(알파선)라 종잇장 하나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고, 피부도 통과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련공장에서 나오는 폐수의 방사선은 대부분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종류일뿐더러 그 수치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또 "북한이 폐수를 방류한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그것이 역류해 우리나라로 들어올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강화군에서 정상 범위 이상의 방사능 수치가 계측됐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했다. 정 교수는 "휴대용 계측기의 경우에는 방사선 종류에 따라 오차가 매우 큰 경우가 있다"며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휴대용 계측기는 방사선 총량만을 측정한다"며 "수치가 우라늄에서 나온 것인지 아이오딘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없어 정밀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민이 우려하면 정부는 이상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조사에 나서는 게 옳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원안위가 발표한 결과가 정상이라 실태조사 후 발표될 결과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