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세정 기자]
◆ 로텐더홀 사랑방…여야 다녀간 나경원 농성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일주일 철야농성을 이어갔지. 농성장이 사랑방이 됐다던데 무슨 일이야?
-농성 중에는 김미애·김민전 의원 등이 함께 했고, 점차 민주당 의원들도 하나둘 찾아오더라고. 나 의원과 지역구를 나란히 둔 '동작 남매' 김병기 원내대표도 들렀어. 나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좀 달라"라고 했고, 김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랑 손 잘 맞춰서…"라며 말끝을 흐렸어. 당은 달라도 나 의원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김 원내대표가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더라고.
-또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찾아왔더라고. 유 원내수석이 김 원내대표가 야당을 '민생방해 세력'이라고 지칭한 것을 지적하자 김 원내대표는 "대내용, 대외용"이라며 유 원내수석 팔을 감싸더라. 분위기가 싸우는 건 아닌데 은근한 신경전이 있었지.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도 왔다며.
-그게 또 관심을 끌었지. 후보자 신분일 때 예고 없이 농성장을 찾아와서는 "단식은 하지 말라"고 말했어. 옆에 있던 김미애 의원은 "단식해도 안 내려올 거잖아"라고 받아치더라고. 나 의원도 "(인사청문회) 자료 좀 내라"고 압박했는데, 김 총리는 "다 갖다줬는데 (국민의힘 인청특위 위원들이) 들어오질 않더라"면서 반박했지.
-티격태격하다가 김 총리가 "하여간 고생했어"라고 떠나며 마무리됐어. 나 의원은 김 총리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농성을 접었지. 일주일간 로텐더홀에 세워졌던 사랑방은 그렇게 문을 닫게 됐네.
-하지만 총리 인준이 끝났다고 정치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 농성은 접었지만, 다음 전투는 어디서 펼쳐질지, 어느 곳에 다시 농성장이 차려질지 기대되는걸.

◆ 맛보기에 불과했다?…뒤늦게 수습한 부동산 대혼란
-지난 한 주 대통령실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주목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내용의 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온 나라가 들썩였잖아. 그런데 문제는 같은 날 오후였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나 정책을 내놓은 적 없다"며 "혼선을 빚을까 봐, 지금은 다양한 대책과 의견들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어.
-새 정부 첫 부동산 정책인데 금융위가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 했다는 거야?
-기자들도 그걸 물었지. 국무회의에서 보고가 없었냐니까 강 대변인은 "다른 보고가 특별히 없었다. 오전 회의 등에서도 특별한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어. 대통령실이 금융당국과 별도로 메시지를 낼 경우 혼선이 빚어지거나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한다는 취지의 답변이었지만, 정책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대답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졌어. 시장을 뒤흔들 만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통령에게 보고가 없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결국 대통령실은 1시간여 뒤에 "금융위의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 알려드립니다. 대통령실은 부처의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수습에 나섰어. 국가 주요 정책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의 혼선이 드러난 셈이야.
-그 사이 시장은 이미 요동쳤어. 갑자기 돈줄이 막혀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속출했고, 판매자가 매물을 급히 거둬들이거나 오히려 호가를 높이는 등 혼란이 극심했다고 해. 금융, 건설 등 관련 업계도 이번 대책의 파장을 수습하는 동시에 향후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어. 취임 30일을 맞아 3일 개최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된 정책은 많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야. 투자 수단으로서 부동산의 비중을 낮추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도 다시 한번 확고히 했어.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신도시에 대해서는 "기존 계획된 신도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기존 (계획)돼 있던 건 그대로 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어. 기존 계획은 차질 없이 신속하게 추진하지만, 추가 신도시 건설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어. 공급 확대를 위해 신도시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깐 거야.
-이렇게 이 대통령이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기자회견에서 확고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혼란을 직접 수습한 모양새야. 부동산이라는 고차방정식, 이번 정부도 정답을 찾긴 쉽지 않아 보여. 하지만 '맛보기'라는 단어 한방에 확실한 시그널은 줬지. 이제 막 시동이 걸린 이재명식 부동산 드라이브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어.

◆ 부부갈등 상담이 알려준 남북관계의 묘책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
-맞아. 이번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북한 얘기가 여러 번 나왔어. 이 대통령은 "대북 방송 중단을 할 때 얼마나 빨리 반응할까, 혹시 반응 안 하면 어떡할까 약간의 우려를 했던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 너무 빨리 호응해서 저도 약간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지. 지난달 11일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한 뒤, 북한도 대남방송을 즉각 멈췄으니, 예상보다 빠른 반응이긴 했지. 대외적으론 잘 정리된 일이지만, 이 대통령 말처럼 속으론 은근히 조마조마했던 모양이야.
-그 얘기하다가 갑자기 부부갈등이 나왔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꺼낸 얘기야. 변호사 시절 부부 사이 갈등 상담을 자주 맡았는데, 겉으론 큰 싸움 같아 보여도 사실은 "오해가 오해를 낳고, 갈등이 갈등을 낳고, 불신이 불신을 낳고, 미움이 미움을 낳는" 그런 식의 감정 악순환이 많았다는 거야. 원래는 조그마한 틈이었는데, 이게 쌓이다 보면 감당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변호사 이재명의 조언은 "부부클리닉 가서 남녀 역할을 바꿔보라"였대. 상대 입장에서 한 번 겪어보면 이해가 생긴다는 거지. 실제로 그렇게 다녀온 부부들은 다시 상담하러 오지 않더라고 했어. '내가 왜 그랬지?' 서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까.
-그걸 남북관계에 비유한 거야?

-맞아. "사람 관계도, 여당과 야당의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도, 진영과 진영의 관계도 비슷하다"며 "절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우리가 안전한 범주 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로 가는 게 대화와 소통, 협력, 그리고 공존"이라는 말로 정리했어.
-최근 화제인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던데.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흡수하겠다는 것인가, 굴복을 요구하는 것인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그래서 일각에서 통일부 이름을 바꾸자, 이런 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우리 헌법에도 쓰여있듯이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며 "이는 흡수통일이 아니다. 누가 흡수를 당하고 싶겠나"고 되묻기도 했지.
-아무튼 부부도 말 안 하면 판사가 결론 낸다는데, 남북 관계도 대화로 풀릴까? 이재명 정부의 다음 수가 궁금하긴 하네.

◆ "검찰 보고 안 중요해"…기류 바뀐 국정기획위?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살짝 분위기를 바꿨더라고.
-맞아. 처음엔 꽤 강하게 나갔잖아. 지난달 20일 검찰이 낸 업무보고가 대통령 공약에 맞지 않는다며 보고를 아예 중단시켰지. 수사·기소 분리를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 공약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어. 오히려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하더라고.
-그때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의 말이 강했지. "대통령의 정책공약집 자료도 충분히 숙지하지 않았고,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했거든. "국민적 눈높이와 상식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하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고, 그때만 해도 '제대로 길들이기에 나서는구나' 싶었지.
-그런데 최근엔 말이 좀 달라졌더라고. 지난 1일 국정위가 검찰 업무보고를 아예 '무기한 연기'한다고 했잖아. 세 번째 미루는 거라서 또 보고서가 부실했나 싶은 반응이 나왔거든. 그런데 조 대변인은 2일 "사전 보고자료가 제출됐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고, 보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다소 달라진 태도를 보였어. 초반에 보이던 날 선 톤은 확실히 줄어든 거지.

-그래도 방향을 아예 바꾼 건 아니더라. "검찰 업무보고 스케쥴과 국정위 차원의 조직개편 논의 일정이 일치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며 업무보고와 별개로 검찰개혁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어. 검찰 보고는 일단 뒤로 미루더라도, 검찰개혁의 전체적인 틀은 국정위가 계속 짜나간다는 거지.
-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추석 전까지 검찰개혁의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시점을 직접 언급한 만큼, 국정위도 이에 발맞춰 확고한 방향성으로 속도감 있게 조직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검찰엔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개혁의 기어를 바꾼 느낌이랄까.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방향은 그대로라는 거지. 이제 국정위의 다음 수가 뭔지 궁금하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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