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준비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유력 당권주자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아직이다. 정권 초기 정부·여당에 맞서 소수 야당의 존재감을 키워야 할 뿐만 아니라 승리 가능성이 작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 때문에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3일 비대위 공식 출범 이후 첫 회의를 열고 주요 당직 인선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사무총장에 정점식 의원(3선·경남 통영고성)과 정책위의장에 김정재 의원(3선·경북 포항북구)을 임명했다. 전략기획부총장에는 구자근(재선·경북 구미) 의원이, 조직부총장엔 서지영(초선·부산 동래) 의원이 임명됐다. 당 대변인은 박성훈·최수진 원내대변인이,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은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각각 겸임한다.
비대위는 곧바로 오는 8월 개최를 목표로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 일부 비대위원은 가급적 앞당기는 게 좋겠다고 말씀했다"라면서도 "시기적으로 대관이 가능한 장소를 알아보다 보니 무작정 앞당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8월 중순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관리형 비대위'로서 전당대회 룰 설정을 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정 신임 사무총장은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결국은 공정한 전당대회 진행"이라며 "다른 생각 없이 그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철저히 검증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당 개혁을 위한 '혁신위원회'도 띄웠는데, 위원장은 안철수(4선·경기 성남) 의원이 맡았다.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꼽혔던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후보군은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으로 좁혀졌다. 이들 중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이는 아직 없다.

이번에 뽑힐 새 당대표는 '독이 든 성배'와 다름없다는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대선 패배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당을 확실한 쇄신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또 대여 투쟁뿐만 아니라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 대응에도 앞장서야 한다.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는 상황에서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김 전 후보는 여전히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의 혼란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김 후보가 당 대표에) 가장 적합하다고 나오고 있다"라며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김 전 후보가 위기 의식을 회피할 성향이 아니고 아마 중심을 잡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도 공식 일정없이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 정치 현안 관련 입장 등을 통한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다만 한 전 대표의 경우 불출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해진다. 한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갖게 되는 건 부담밖에 없다"라며 "한 전 대표가 필요한 때가 분명 올텐데 굳이 지금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불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또 다른 주자로는 나 의원이 거론된다. 나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보이며 대여 투쟁에 앞장섰다. 김 후보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되자 나 의원은 농성을 마치며 "또 다른 전투를 하기 위해 전장을 옮긴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민주당의 국회 독재를 넘어선 이재명 정부의 독주를 강하게 저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밖에도 김용태·김재섭 의원 등 당내 '30대 초선' 소장파들의 출마 여부도 주목받는다. 두 의원 모두 '출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선 기존 주류 기득권 세력 대신 이 정도의 변화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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