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울어진 운동장. 한쪽으로 쏠려있는 경우를 비유한다. 대한민국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다. 반대로 지방은 소멸 일보 직전이다. 지금 당장 무게 추를 맞춰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역균형발전 공약으로 '5극 3특'(5대 초광역권과 3대 특화권역)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을 두루두루 살펴 지역을 고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 <더팩트>는 지난 대선 기간 전국의 젊은 귀촌·귀농인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이 싹틔운 희망을 통해 지방소멸 진단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총 9편의 [고루고루]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의령=이철영·신진환·김정수 기자] 경남 의령군 칠곡면 외조리. 흔히 말하는 시골 마을이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어?'라고 의아해하겠지만 젊은 부부의 카페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는 호기심에 맛을 더하며 외진 시골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있다.
한아지(37)·허재훈(43) 씨 부부는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경남 의령군으로 넘어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한 씨 부부는 의령군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 2022년 11월 '가배목림'이라는 카페를 차렸다. 이곳은 '의령 청년가게 3호점'이기도 하다. 한 씨 부부는 의령군 소멸위기대응추진단의 지원 덕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창업을 위해 다른 학과에 편입할 정도로 착실하게 준비했습니다. 2년 넘는 준비 과정 동안 저희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곳 유동 인구부터 기대 수익까지 향후 5년간 계획을 창업 계획서에 담았죠. PPT 발표를 할 때 '수익을 다른 곳으로 유출하지 않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저희 진심이 통한 덕인지 그렇게 군에서 2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 씨 부부는 처음 카페를 연다고 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많은 비웃음을 샀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 없는 '촌구석'에 아메리카노를 파는 커피집이라니. 한 씨 부부의 부모님조차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친척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 씨 부부는 그땐 상처였지만 돌이켜보면 성장통이었다고 말했다. 남 부러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된 것. 한 씨 부부가 치열하게 준비했던 결실이었다.

"도시에서 시골로 왔을 때 소위 '루저'로 바라보는 시선이 제일 힘들었어요. 상처를 많이 받았죠. 이걸 극복하는 사회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너무 교과서적이죠. 스스로 이겨내야 해요. 시골에서 창업한다고 도시보다 널널한 게 절대 아니거든요. 도시의 힘듦에 지쳐서 시골에서 조금 여유롭게 살려고 왔다?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저희는 속된 말로 목숨을 걸었어요. 정말 성공하려고 이곳에 왔으니까요."
의령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인구소멸 위기 지역이다. 다행히도 한 씨 부부와 같이 의령군에 정착하고자 도전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씨 부부처럼 의령군에는 지난달에만 청년가게 10·11호점이 연달아 영업을 시작했다. 한 씨 부부는 초기만 하더라도 주먹구구식이었던 군의 인구소멸 대응 정책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처음 와서 지원 사업을 준비했을 때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었어요. 시스템 자체도 딱히 체계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군에서도 다른 동네 사례를 참고하면서 시스템을 하나씩 구축하는 단계였으니까요. 예를 들어 1년에 몇 팀을 선정한다는 기준이 있어야 사람들이 일종의 경쟁 심리를 가지고 달려들 텐데 매해 선정 규모가 달랐어요. 변동성이 좀 심했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군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기준을 마련한 상황 같아요."
의령군은 인구증가 주요 시책으로 △전입세대 정착 지원 △청년 정착 지원 △출산장려 시책 지원 △귀농·귀촌 정착 지원 등 사업 세분화를 통해 정착 지원을 시행 중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군에 따르면 20~40대 청년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19년 171가구, 2020년 192가구, 2021년 240가구, 2022년 377가구 등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523가구가 전입했다. 한 씨 부부는 자신과 비슷한 의지를 가진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실효적인 유인책이 동반된다면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귀촌을 준비했던 저희로서는 군의 지원 사업이 참 고마웠습니다. 저희를 믿고 2500만 원을 지원해 주신 거잖아요. 무엇보다도 이건 세금이죠.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들어요. 단순히 돈을 번다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하나의 의무라고도 생각해요. 저희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시스템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다리에 올라가 볼 수 있는 건 나라의 역할이겠죠. 그런 역할을 더 해주시길 저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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