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첫 장관 인선 키워드는 '파격'과 '실용'으로 요약된다.
처음으로 민간인 출신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인사를 각각 국방부 및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윤석열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유임을 결정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통부와 중소기업벤처부에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영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및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임명 등 인선을 발표했다.
부처별로 △국방부 안규백 △노동부 김영훈 △과기정통부 배경훈 △외교부 조현 △통일부 정동영 △국가보훈부 권오을 △환경부 김성환 △여성가족부 강선우 △해양수산부 전재수 △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후보자를 지명했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유임됐다.
이번 인사는 이재명정부 첫 장관 인선으로 메시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경제·외교·안보 등 대내외적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실용'이라는 국정운영 기조가 이번 인사 곳곳에 드러났다는 평가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처음'도 피하지 않고, 국회·업계 등 출신도 가리지 않고 기용하는 '파격'을 선택한 모습이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약속한대로 처음으로 민간인 출신을 지명했다. 육군 방위병 출신 안규백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국방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사다.
강 실장은 "64년 만에 문민 국방부 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 장관에는 처음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지명했다. 김영훈 후보자는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자 현재도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김 후보자는 철도노동자로 노동운동 시작하신 분으로 철도노조위원장, 최연소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며 "전 정부의 노동탄압 기조를 혁파하고 노란봉투법 개정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시키기 위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정부 출신 송미령 장관의 유임도 이목을 끈다. 더욱이 그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며 윤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던 인사다.
강 실장은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새 정부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 (어떤) 활동과 결정을 했던지, 새 정부 국정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업계 전문가의 내각 입성도 이어졌다. AI 분야 배경훈 후보자와 네이버 출신 한성숙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배 후보자는 LG경제연구원 AI자문 연구위원, LG전자 AI추진단장, LG AI연구원장을 역임한 AI 전문가고, 한 후보자도 네이버 대표까지 역임한 업계의 유명인사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도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에게 권한을 주고 정책 성과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 출신들이 적극 들어오는 건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경제위기 상황과 5년, 10년 뒤 먹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도 이번 인사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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