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국회의원 겸직을 둘러싼 제도적 한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법상 겸직은 가능하지만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행정부 2인자 역할에 집중하게 되면 입법활동과 지역구 관리에 사실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총리로 인준된다면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지 않고 총리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29조 1항은 국회의원이 다른 직책을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은 예외적으로 겸임을 허용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겸직이 가능해 역대 정부 장관 다수도 의원직을 유지한 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법적 허용 여부를 넘어선다. 장관과 달리 총리는 정부의 2인자로서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총리의 막중한 업무를 고려하면 상임위 출석이나 법안 심의, 지역구 민원 처리 등 입법부의 본연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역 국회의원의 총리 겸직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세균 전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이완구 전 총리, 참여정부의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이 모두 현역 의원 신분으로 총리직을 수행했다. 현역 의원의 정치적 경험과 리더십을 국정에 활용하고,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정세균 전 총리 지명 당시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유지가 삼권분립을 훼손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인사청문특위 서면답변에서 "삼권분립은 기능의 분립을 의미하는 것이지 인적 분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법에 따라 의원의 국무총리 겸직이 허용돼 있다"고 반박했다.
핵심 쟁점은 헌법이 지향하는 삼권분립 원칙과 맞닿아 있다.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국무위원이 행정부 일원으로서 정책을 집행하고, 국회의원이 입법부 일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다. 다만 '법률로 정하는 직'에 한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근거로 국회법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과 행정의 두 역할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주어질 때 발생하는 이해충돌과 권력 분산 원칙의 모호성이 근본적 문제로 지적된다.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핵심 구성원이 되는 구조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수 있으며 이같은 예외 구조 자체가 헌법상의 원칙적 겸직 금지와 어긋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 결국 겸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면 국회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헌법 개정을 통한 구조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학계와 정치권의 대체적 인식이다.
주요국들의 사례를 보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 원칙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은 국무위원의 의원직 겸직을 철저히 금지한다.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상원이나 하원 의원직을 사임해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고유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이원정부제를 채택하는 프랑스도 국무위원의 의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프랑스 헌법 23조 1항은 '국무위원은 모든 의원직, 전국 직능 대표직, 공직 또는 직업 활동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헌법 25조 2항에 따라 의원직 사퇴가 아니라 의원직이 직무 정지되고 임시로 '대체 의원'을 두도록 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직의 업무 특성과 권력 분립 원칙을 고려할 때 의원직을 유지한 채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은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에 있어서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제에서 행정부 요인이 의원직을 겸직한다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인사권자의 철학을 필요해서 한다거나 또 도의적·정치적 책임은 감수하고 성과로 보여주겠다고 한다면 강제할 수 있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이 기본으로 언제부터인가 내각 총리나 장관을 다 국회의원들이 했다"며 "(이러한 부분은) 내각제적 요소라서 문제는 맞지만 (개선하려면) 개헌 사항"이라고 짚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국무총리라면 최소한 탈당이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정 정당의 소속으로서 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논란만 재생산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