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거대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 예고에도 국민의힘은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차기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당내 내홍을 해결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모두 '쇄신과 반성'을 외치고 있지만 당권을 잡기 위한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는 연휴 기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당 개혁안이 화두에 올랐지만 이견을 좁혀가지 못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4시간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결론을 내릴 만한 사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라며 "각자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내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대선 후보 교체 시도 진상규명 △당론 채택 시 민심·당심 의견 수렴 △100% 상향식 지방선거 공천 등 개혁안 외 의견이 가장 크게 갈리는 쟁점은 '김 위원장의 거취' 문제다.
먼저 친윤(친윤석열)계는 김 위원장이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조속히 물러나 새롭게 선출될 원내대표가 신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그를 중심으로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윤의 구태 정치'를 줄곧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아오던 친한(친한동훈)계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에 힘을 싣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 체제에서 당 개혁과제를 수행하면서 오는 9월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한계 우재준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잘했다는 (의원들) 평이 대체로 많다"라며 "개혁에 힘을 많이 실어주면 좋겠다. 필요하면 임기 연장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이 각을 세우는 데는 당권을 쥐는 세력에게 내년 6월 전국지방선거 공천권을 비롯 당무 운영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밀리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 당분간 당 주류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는 16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물러나고 수적으로 우세한 친윤계 중 새 원내대표가 나온다면 새 비대위원장 임명을 통해 당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친윤계로 꼽히는 5선 김기현·나경원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친한계는 3선 김성원 의원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 출마에 선을 그은 김문수 전 대선 후보도 여전히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대선 패배 당사자이긴 하지만 애초 이기기 어려웠던 싸움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후보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당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없다"라며 "당의 위기와 선거 패배에 대한 담론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철회를 두고도 첨예하게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은 의원총회 중 기자과 만나 "이미 표결을 하고 지나간 거니까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게 대부분 의견이다"라며 "완전히 예전 정부와 선을 긋는 것이 우리 당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