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李 "꼭 무덤같다"…활기 찾은 대통령실, 속은 '텅텅'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6.06 00:00 / 수정: 2025.06.06 01:13
민주, 대선 투표 독려 영상 눈길
北, 김정은 늘어난 흰머리 노출
21대 대선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한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21대 대선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한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3일 실시된 제21대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국정 지휘봉을 잡았다. 애초 이 대통령은 당선 1순위로 꼽혔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민생 회복과 국민 통합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치를 복원해 하나하나 난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포용과 실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취임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3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여당의 지위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다. 새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내홍을 겪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을 사퇴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유지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후보가 대선을 완주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하지만 한 당직자가 대선 상황실에서 술 냄새를 풍긴 건 옥에 티였다. 한편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흰머리가 부쩍 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 후 취임사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 후 취임사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지장 찍으려 해도 인주도 없어"…'혼돈'의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조용했던 대통령실이 활기를 찾았을 것 같아.

-새 주인을 맞이한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분위기는 모처럼 북적거리고 활기찼어. 길게 보면 지난해 12월 중순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부터 조직이 뒤숭숭했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주인이 사라진 데다 직원들도 정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대통령실도 조용했었거든. 그런데 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대통령으로서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선발대'로 출근한 직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야.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도 헌재 파면 결정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게양됐고.

-이 대통령은 열악한 업무 환경에 답답함을 표했더라.

-맞아. 이 대통령은 5일 브리핑룸에서 새 정부 첫 인선을 직접 발표했는데, 인사 관련 내용과 함께 업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어. 그는 브리핑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 용산 집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라고 토로했어. 또 브리핑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도 "서명으로 결재해야 하는데 결재 시스템이 없다. 지장을 찍으려니까 인주도 없다"라고 재차 언급했어. 몇 시간 뒤에는 강유정 신임 대통령실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취임 첫날 대통령실은 물리적인 업무가 불능한 상태"라며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어.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이 봉황기를 게양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이 봉황기를 게양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과도기가 있고 다소 혼란도 있는 게 자연스럽긴 하겠지만, 이번에는 여러 특수한 상황이 겹치면서 더 그런 것 같아. 일단 탄핵소추 이후 몇 달째 대통령실에서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어. 더욱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조기 대선이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꾸려지지 못했어. 또, 이재명 정부로서는 윤석열 정부가 마련했던 집무실을 처음 사용하는 터라 더 답답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어.

-결국 이 대통령은 원활한 업무 재개를 위해 기존에 각 부처 등에서 대통령실에 파견돼 일했던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어. 대선 직전까지 인수인계를 위한 극소수의 대통령실 인원만 남은 채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늘공'(늘 공무원)들도 소속 기관으로 돌아갔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늘공들을 다시 불러들인 거지. 이들은 조치에 따라 다음날 대통령실로 복귀했다고 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중 배우 소지섭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투표 독려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재명TV 갈무리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중 배우 소지섭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투표 독려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재명TV 갈무리

◆"밥 먹을래? 투표할래?"…민주 의원들, 투표 독려 쇼츠 총출동

-이번 대선 기간 '이재명TV'에 올라온 투표 독려 쇼츠들, 본 사람들 꽤 많더라.

-맞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각자 스타일을 살려서 짧고 강렬한 투표 독려 영상을 찍었는데 조회수도 꽤 나오고 반응도 뜨거웠지. 가볍게 웃기면서도 "투표합시다"라는 메시지는 확실했어.

-가장 화제의 쇼츠는 박주민 의원이 출연한 영상이었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이 차 안에서 임수정에게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라고 묻는 명장면 알지? 그걸 패러디해서 "밥 먹을래? 투표할래?"라고 던졌더라고. 임수정 역할은 김상욱 의원이었어. 박 의원의 딱딱한 발연기(?)가 웃음을 자아냈지. 마지막에 '소라게' 포즈 마무리까지. 지난달 30일에 업로드됐는데 조회수가 14만회를 넘어섰더라고.

문정복 의원은 유튜버 빠더너스의 에어드롭 콘텐츠를 패러디했다. 학생들이 애플 기기의 에어드랍 기능으로 칠판 빔 프로젝트에 선생님 몰래 장난 사진을 전송하는 내용이다. /이재명TV·빠더너스 갈무리
문정복 의원은 유튜버 빠더너스의 에어드롭 콘텐츠를 패러디했다. 학생들이 애플 기기의 에어드랍 기능으로 칠판 빔 프로젝트에 선생님 몰래 장난 사진을 전송하는 내용이다. /이재명TV·빠더너스 갈무리

-문정복 의원은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의 '문쌤 에어드롭'을 패러디했더라고. 학생들이 애플 기기의 에어드롭 기능으로 칠판 빔 프로젝터에 선생님 몰래 장난 사진을 전송하는 콘텐츠지. 영상은 문 의원이 수업 중인데, 학생들이 이재명 대통령 홍보 이미지를 계속 에어드롭으로 쏜다는 설정이야. 선거에 관심 없다던 문 의원이 결국 '잼며든다'는 전개인데, 연기를 "찰지게 잘 한다"는 반응이 많았어. 공교롭게도 문 의원도 '문쌤'이라는 점에서 더 웃겼고.

-한준호 의원은 외모가 콘텐츠더라고. 의원회관 안에서 "투표 안 하시려고요? 제가 이렇게 기다리는데?"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거지. 댓글창에는 "설렜다", "모델 같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고. 이걸 본 박주민 의원의 리액션 쇼츠도 덩달아 화제야. 한 의원의 영상을 보고는 "어쩔 수 없어. 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야"라고 웃더라고. 솔직하고 웃겼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 앞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꽃다발을 들고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 /배정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 앞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꽃다발을 들고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 /배정한 기자

-이런 콘텐츠들이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실제 투표 참여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꽤 기여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해. '정치는 어렵고 무겁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의원들이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거지.

-그래서일까. 21대 대선 투표율이 80%대에 육박할 정도로 투표 열기는 뜨거웠지. 3일 밤 11시 40분쯤 이 대통령의 '당선 확실'이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야외 무대에 집결한 민주당 의원 중 일부가 춤을 추더라. 단상 앞자리에 앉아 있던 황명선 의원이 일어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 앞에서 "기분이 좋은데 이렇게 춤을 춰도 되겠느냐"며 흥겨운 춤사위를 보였어. 서영교·모경종·이수진 의원 등은 단상에 올라 '지금은 이재명' 유세춤을 직접 추기도 했어.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5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살펴보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점이 확인된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23년 11월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경축 연회에 참석한 모습. 김 위원장은 이때에도 흰머리를 연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5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살펴보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점이 확인된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23년 11월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경축 연회에 참석한 모습. 김 위원장은 이때에도 흰머리를 연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과 늘어난 흰머리…스트레스? 고도의 연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흰머리가 늘어났다고?

-응.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김 위원장 사진을 살펴보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어.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났다고 5일 보도했어. 그러면서 5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김 위원장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점을 확인할 수 있지. 스트레스가 심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돌이켜보면 최근 진수식 도중 좌초된 구축함 문제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어. 김 위원장은 구축함 좌초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관련 실무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지. 총정치국장은 계급이 강등되는 등 지휘부 물갈이도 대폭으로 이뤄졌어. 물론 염색을 미루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해. 과거에도 김 위원장은 흰머리를 숨기지 않고 활동하기도 했거든.

김 위원장 왼쪽 볼에 있는 대형 뾰루지도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김 위원장의 왼쪽 눈가 주변으로는 어두운 반점이 확인된다. /AP. 뉴시스
김 위원장 왼쪽 볼에 있는 대형 뾰루지도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김 위원장의 왼쪽 눈가 주변으로는 어두운 반점이 확인된다. /AP. 뉴시스

-김 위원장 왼쪽 볼에 있는 대형 뾰루지도 그대로라며?

-맞아. 뾰루지는 2020년 12월 처음 포착됐는데,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는 모습이야. 김 위원장 왼쪽 눈가 주변으로도 3개의 어두운 반점이 있더라고. 점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점은 아닌 거 같아. 그런 모습에 흰머리까지 있다 보니 건강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더라고.

-김 위원장의 체형도 그대로였지. 김 위원장은 30세 초반부터 고혈압과 당뇨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건강 관리는 항상 뒷전인 것 같더라고.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7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140㎏의 초고도 비만 상태로 심장질환 고위험군이라고 분석한 바 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이어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