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네가 뭔데 승복?"…김문수에 날아든 황당한 지적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6.07 00:00 / 수정: 2025.06.07 00:00
국힘 선대위 해단식 긴장감 속 '뼈' 있는 설전
개혁신당, 출구조사에 '침묵'…'음주' 당직자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굳은 표정을 짓는 모습. /박헌우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굳은 표정을 짓는 모습. /박헌우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살얼음판 같았던 국민의힘 '패배의 그날'

-3일 저녁, 더불어민주당이 승리 예측에 기뻐하던 그때 국민의힘 상황은 어땠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부터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실'이 뜨던 순간까지 개표상황실을 모두 지켜본 결과,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였어. 김문수 후보의 패배가 예측되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때엔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어. 특히 당 지도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무표정으로 TV만 바라봤기 때문이야.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번 대선이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당혹감은 어쩔 수 없었나 봐. 당 자체적으로 김 전 후보의 추격세를 기대하고 있었던 만큼 실망감이 더 컸던 것 같아.

-김 전 후보는 언제쯤 모습을 드러냈어?

-선거 승패 윤곽이 대강 드러나는 새벽 1시 이후 개표 상황실에 올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김 후보가 국회 인근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취재진과 의원들은 부리나케 이동했어. 이재명 후보 당선이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김 후보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모두 집중했어. 회견장에는 김 후보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들 사이에선 "김 후보가 불복 선언을 한다더라. 일단 들어보자"라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더라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는 모습. /박헌우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는 모습. /박헌우 기자

-김 후보는 어떤 입장을 냈어?

-김 후보는 지지자들이 "김문수"를 연호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며 승복을 선언했어. 당직자가 준비한 꽃다발도 받지 않은 채 차분한 분위기에서 의원들 그리고 취재진과 악수만 하고 퇴장했어. 김 후보가 당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그전부터 "대선 불복" "부정선거"를 외치고 있던 일부 지지자들은 그를 향해 "네가 뭔데 승복하냐" "뭐가 당당하냐"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 김 후보가 탑승한 차량이 떠나는 순간까지 "어딜 가냐"고 분노하더라고. 극우 성향 지지자들로 보였어.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서 반성 없이 '네 탓만'

-4일 열렸던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 분위기도 좋지 못했겠구나.

-응.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은 긴장감이 맴도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어. 계파 갈등으로 내부 기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 민주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박찬대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노래를 열창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비됐어. 국민의힘 선대위원장들이 각자 한마디씩 뼈 있는 말을 던지더라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시작으로 나경원·양향자·조경태·권성동·윤상현·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어. 특히 대표적인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 위원장의 발언이 인상적이었어.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하는 모습. /뉴시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하는 모습. /뉴시스

-조 위원장은 "이길 수 없다는 선거에서 졌다는 분노와 화남이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어. 그러면서 "보수가 분열하지 않기 위해선 포용력과 관용이 있어야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지. 대놓고 이름을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누구를 겨냥했는지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느낄 수 있었지. 대선 패배와 당 분열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는 모습이었어.

-맞아. 조 위원장 뒤에 바로 발언을 이어간 친윤계 권 위원장은 "패배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그는 "우리가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 싸우는 이런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 친한계를 겨냥한 말이었어.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마지막 발언에서 "패장은 할 말이 없다"며 사죄의 절을 올리려고 하자, 의원들은 "그럴 필요 없다"며 만류하기도 했어. 김 전 후보는 당을 향한 작심 발언도 쏟아내기도 했지.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우리가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나"라고 했어.

-다행히 직접적인 충돌 없이 해단식은 잘 마무리됐지만, 각자의 발언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어. 당 내홍이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더라. 지난 5일엔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했고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거취도 오는 9일 논의하기로 했어.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내홍을 극복하고 여당에 맞설 수 있을까 싶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이준석, 단일화 없이 완주…침묵 속 개혁신당 상황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결국 국민의힘과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했어. 대선 당일(3일)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어땠어?

-공교롭게도 개혁신당 선거상황실이 더불어민주당 상황실 바로 건너편이었거든. 민주당 쪽은 시끌벅적했는데 개혁신당 쪽은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바다처럼 고요했어.

-이날 투표 종료 30분 전인 오후 7시 30분쯤부터 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속속 상황실에 모였고, 다들 긴장한 얼굴로 TV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어. 출구조사 발표 전부터 기자들 사이에서 "7% 나왔다더라"라는 말이 돌았고, 원래 목표가 두 자릿수였던 이 전 후보 캠프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지. 천하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느낄 수 있었어.

-한 당직자는 아예 술을 마시고 상황실에 들어오기도 했대. 그 당직자가 화장실에 간 뒤 한동안 돌아오지 않자, 다른 당직자가 찾으러 나서기도 했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술 냄새가 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

이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 들어서는 모습. /박헌우 기자
이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 들어서는 모습. /박헌우 기자

-8시 정각. 출구조사 결과가 뜨자 상황실은 침묵에 잠겼어. 몇몇 당직자들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건너편 민주당 쪽에서는 "이재명!"을 외치며 박수가 터져 나왔지. 천 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이 후보가 자랑스럽다"며 "사표 방지 심리와 관행적 투표 심리를 뚫고 압도적 새로움과 미래를 선택해 준 유권자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어.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동탄 자택에서 머물다 개표상황실로 온 이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의 책임은 모두 제 몫"이라며 대선 패배를 인정했어.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통합과 경제 회복에 힘써달라"고 당부했지. 이후 선대위 관계자들 한 명 한 명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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