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법안 드라이브'에 속수무책…소수야당 전락한 국힘 '이중고'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06.06 00:00 / 수정: 2025.06.06 00:00
野뭉쳐도 방어 수단 전무…내부 분열도 계속
'거대여당' 민주당은 입법 드라이브 가속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배정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국민의힘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21대 대통령 선거 패배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해 '거여(巨與)' 입법 드라이브를 막을 방법이 없고, 내부적으로는 당 쇄신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통과시켰고, 전날에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법관 증원법'을 처리하며 입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선거 패배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갈등도 이어졌다. 특히 친한계(친한동훈계)와 친윤계(친윤석열계)는 그 원인을 '네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다. 지도부 책임론이 이어지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히 22대 총선 참패 이후 심화했던 당내 계파 갈등과 분열이 우리 지지자들의 원팀 단결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더 이상 분열은 안 된다. 이제는 정말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친윤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한계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사징계법, 내란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사징계법, 내란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당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이어지며 내부 잡음과 분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전후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 방향과 여당의 입법 대응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이탈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재섭 의원, 친한계 의원 등 20여 명이 자율 투표를 주장하며 당론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친한계를 비롯해 안철수·김재섭 의원 등 9~10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5~6명이 법안별로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잃으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됐고, 의석도 107석에 불과해 방어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다. 정치권에서는 소수 야당으로 전락해 힘을 잃은 만큼 과제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당 쇄신을 서둘러 완수하고, 거대 여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입법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국민 여론뿐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얼마나 극적이고 설득력 있게 쇄신 과정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당내 비주류 혹은 새로운 세력이 전당대회를 통해 권력을 잡고,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분석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도 "보수가 지금 뭉친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내부에서부터 자정 노력을 통해 쇄신하고, '무도한 정치 공세로부터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식의 국민 여론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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