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주한미군-서해 구조물…李 '실용외교' 본격 시험대
  • 김정수 기자
  • 입력: 2025.06.06 00:00 / 수정: 2025.06.06 00:00
12·3 계엄 후 '외교 공백' 6개월간 지속
관세 쇼크에 주한미군 논란…첩첩산중
남북 향배 주목, 주변국 현안도 풀어야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6개월간 표류한 한국 외교가 간신히 궤도에 올랐다. 꼬일 대로 꼬인 외교 난맥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국제 정세 급변 속 해결해야 할 과제의 난도는 만만치 않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6개월간 표류한 한국 외교가 간신히 궤도에 올랐다. 꼬일 대로 꼬인 외교 난맥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국제 정세 급변 속 해결해야 할 과제의 난도는 만만치 않다.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꼬일 대로 꼬인 외교 난맥의 실타래가 어떻게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과 주한미군 감축 논란 등 수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냉각기에 접어든 남북 관계부터 중국, 일본, 러시아 관련 현안도 산적하다.

◆"대한민국 외교 근간은 한미동맹"…관세·주한미군 어떻게?

이재명 정부의 우선 과제로는 대미 관계 설정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표류한 한국 외교는 대통령 파면과 거듭된 권한대행 체제로 대미 관계를 안갯속에 빠트렸다. 그사이 한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 영향권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초유의 논란까지 직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이어 통상 당국으로부터 한미 관세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 받는 등 본격적인 협상 준비에 나섰다. 관세 장벽을 돌파하지 못한다면 정권 초기부터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2+2 고위급 통상 협의'를 계기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 8일까지 '패키지 딜'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미 연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를 중단하도록 명령했고, 이튿날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하면서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도 어느덧 현실화에 가까워졌다는 위험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 당선인(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회사진기자단·AP.뉴시스
주한미군 감축 논란도 어느덧 현실화에 가까워졌다는 위험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 당선인(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회사진기자단·AP.뉴시스

이 대통령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보다 넓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안심할 순 없다. 현재 부과 중인 품목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에 제동 없이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도 어느덧 현실에 가까워졌다는 위험 섞인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 철수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 이후,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유사한 발언들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동맹국들은 스스로 방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 주한미군 재조정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다. 한국은 G7 회원은 아니지만 지난달 18일 의장국인 캐나다 측은 한국과 호주가 초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이 대통령의 G7 참석 여부와 관련해 의장국인 캐나다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캐나다와는 긴밀히 소통 중"이라며 "다만 정상회의 초청 등과 관련해서는 의장국인 캐나다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재명식 실용외교가 그간 민주당 정부의 대북 정책과 결이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명시한 데다, 북러 조약과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고립의 돌파구를 개척한 형국이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 당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새롬 기자·AP. 뉴시스
'이재명식' 실용외교가 그간 민주당 정부의 대북 정책과 결이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명시한 데다, 북러 조약과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고립의 돌파구를 개척한 형국이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 당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새롬 기자·AP. 뉴시스

◆대북 정책에 '이재명식 실용외교'…역대 민주당 정부와 다를까

이 대통령이 주도할 남북 관계의 향배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남북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북한은 지난 5일 한국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보도했는데, 분량은 두 줄에 80자로 매우 짧았고 별다른 논평도 없었다.

이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방점을 둘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햇볕정책'을 설계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임명, 대북 관계에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전문성을 토대로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북러 조약과 러시아 파병 등에 따라 고립의 돌파구를 도모한 상황에서 '이재명식' 실용외교가 그간 민주당 정부의 대북 정책과 결이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일 정책과 관련해선 '사과할 건 사과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는 합리적 관계'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인선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실용적 관점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건 하고, 피해가 되는 건 피하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적정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면서도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선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짧게 밝힌 대일 기조는 오는 22일 개최되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서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가 개최된다. 오는 10~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당선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이새롬 기자·AP. 뉴시스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가 개최된다. 오는 10~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당선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이새롬 기자·AP. 뉴시스

이 대통령은 오는 10~11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 앉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지난 정부 최악의 상태에 이른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 역시 지난 4일 축전을 통해 한중 우호 협력 관계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별도로 국가 안보 문제로 번지고 있는 서해 구조물 설치 논란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APEC 참석 여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서해 구조물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주권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은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데 이어, 서해 공해상에도 관측용 부표 3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대러 관계 역시 실용외교 차원에서 접근할 방침이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노골화한 상황으로 이전과 다른 접근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평양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대통령 취임에 따른 향후 남북 관계 전망 등이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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