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한 자릿수의 득표율로 대선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총선에서 효과를 본 '동탄 모델'을 앞세우며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대선의 벽은 높았다.
2024년 총선 동탄에서 중도층 흡수로 역전승을 거뒀던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동탄 모델'을 앞세웠다. 그는 "젊은 세대가 바라는 것을 즉석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을 생생하게 정치에 반영해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것, 그게 동탄 모델"이라며 정치 혁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이 전략이 유의미한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8.34%, 291만7523표를 득표했다. 이에 개혁신당은 선거 비용 단 한 푼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득표율 15%를 넘길 시 선거비용 전액을, 득표율 10%를 넘길 시 선거비용 반액을 국고보조금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계엄 세력, 부정선거론자들과 거리를 두며 차별화를 뒀지만 말실수로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며 외연 확장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구애가 잇따르며 잠시 주목을 받았으나, 역설적으로 이 후보 본인에 대한 이슈 집중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이 후보는 단일화에 선을 긋고 완주를 선언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에 어필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유세 전략도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 유세 현장 대부분이 김문수·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됐고, 이에 따라 자신이 강조해 온 '보수의 대안' 메시지는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각인되지 못했다.
아울러 청년층과 TK(대구·경북) 지역 민심에 집중했지만, 강원권과 제주권 등 일부 지역은 아예 유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정 배제는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막판 결정타는 '젓가락' 설화였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TV토론에서 나온 발언은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본래는 이재명 후보 아들 동호 씨의 과거 성희롱성 발언을 문제 삼으려던 취지였으나, 불필요하게 여성 신체를 언급한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초래하며 의도와는 달리 역풍을 맞았다.
이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정치권에서는 의원직 제명까지 거론됐다.
반면 이 후보는 "어떻게 더 순화하느냐"며 발언을 정당화했고 "후보자 가족 검증의 일환이었다"는 논리로 역공을 펼치며 반격에 나섰지만 '적반하장'이라는 비판 여론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유세 현장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어났다.
정치권은 이 후보의 이번 대선을 '실점이 컸던 선거'로 평가하고 있다. 출마 당시 자신을 '퍼스트 펭귄’에 비유했던 그는 기존의 리스크를 해소하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내며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가 '말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의 실수는 치명적인 자책골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어 "대선 TV토론은 후보를 선택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후보를 배제하게 만드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보여줬다"며 "이런 점은 이 후보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2030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최 평론가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개딸에 얹혀 산다'고 비판하던 이 후보 역시 2030 지지층에 의존하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결국 그 점이 부메랑이 됐다"며 "이 후보가 향후 2030에만 머무는 정치인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선거의 교훈을 뼈아프게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완주가 향후 보수 정치 재편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평론가는 "토론이라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자제력과 품격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보수의 적장자를 자처하는 이 후보에게도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며 "장기적으로도 미래 정치 자산으로서 신뢰를 깎아 먹고 의문만 남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