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막판 험지 영남 찾은 이재명…"이번에는 다를 것"(종합)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06.02 00:00 / 수정: 2025.06.02 00:00
李, 고향 안동·대구·울산·부산 유세
"좌파·우파 아닌 실력파 할 것"
"이준석·김문수 '내란 단일화' 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지역이니 색깔이니 이념이니 가치니 그런 것보다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지지층 확장에 나섰다. /송호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지역이니 색깔이니 이념이니 가치니 그런 것보다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지지층 확장에 나섰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안동·대구·울산·부산=송호영 기자] "우리 안동, 경북 고향 분들은 왜 이렇게 저를 어여삐 여겨주지 않으십니까. 이번에는 아니겠죠?"

21대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치적 험지'인 안동·대구·울산·부산 등 영남 지역을 찾아 외연 확장에 나섰다.

그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서운함을 토로했다. 유세에 앞서 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박병기 씨에게 '수'로 가득찬 대선 후보 성적표를 받을 때만 해도 활짝 웃었던 이 후보는 연설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자신의 뿌리가 안동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저는 안동에서 태어났고 안동의 물을 먹고, 안동의 쌀을 먹고, 안동의 풀을 먹고 자랐다"며 "저의 부모님, 조부님, 증조부, 고조부, 또 그 위에 선대들 다 여기에 묻혀 계시다. 저도 아마 이 삶이 끝나면 안동에 묻힐 것"이라며 고향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이어 "고향은 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영남 유권자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머슴이 일을 잘못하면 다음 해에는 잘라야 한다"며 "나하고 색깔 같은 머슴이니까. 고향 같은 사람이니까 '그냥 나쁜 짓 해도 괜찮아. 훔치면 어때? 나라 팔아먹어도 나는 OOO이야'라고 하면 나라가 잘되겠느냐"고 힘줘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았다. 동대구역광장 유세에서 그는 "'편 가르기'는 이제 좀 그만하자"며 "지역이니, 색깔이니, 이념이니, 가치니 하는 것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냐. 더 유용하면 쓰는 것이고 유용하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다. 좌파니 우파니 우리는 그런 거 안 하고 '실력파'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정당보다 실력을 봐달라는 의미다.

그는 영남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이뤄졌던 과거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집권했던 국민의힘 정권이 대구를 특별히 잘 챙겨 더 잘살게 됐나. 바뀐 게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대구도, 광주도, 부산도, 서울과 함께 살 수 있는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역시 민주당이 정치를, 살림을 훨씬 더 잘하는구나. 우리가 괜히 색깔 때문에 한쪽에 몰빵할 필요가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서예원 기자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서예원 기자

이 후보는 울산에서도 지역 분열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그는 먼저 "나를 지지한 편을 들어서 박정희 독재 정권처럼 '영남만 챙기고 전라도 일부러 홀대하고 싸움시켜. 전라도는 다른 편 들어도 돼, 영남만 우리 편이면 돼' 이런 식으로 하면 이건 대통령이 아니라 반통령이다. 절대로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이런 짓 하다가 나라 망하고, 결국 대통령 본인도 망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안다. 정치인들이 색깔 따라 지역 따라 가치·신념·이념 따라 편을 나눌지라도, 국민들은 편 나누는 데 따라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며 해묵은 지역감정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 수위도 올라갔다. 이 후보는 "그 누구도, 대통령 부인도 규칙을 어겨서 이익을 볼 수 없는 정상적인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바로 나라가 국가가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은 어땠나"라며 "주가조작하고 수천수만 명한테 피해를 끼치고, 무슨 가방을 그렇게 좋아해서 그런 짓을 해도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으니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검찰이 안 하면 당연히 특검을 해서라도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당연한데, 죽어라고 반대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해 놓고 일방적으로 '입법 독재' 했다고 야당에 뒤집어씌우는 이런 정당은 국가 질서를 유지할 권한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의 부산역광장 유세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은 부산에서 파란을이라고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송호영 기자
이 후보의 부산역광장 유세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은 '부산에서 파란을'이라고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송호영 기자

이 후보의 부산역광장 유세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은 '부산에서 파란을'이라고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이 후보 또한 "빨간 옷 입었든 파란 옷 입었든 국민을 더 잘 살게 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면, (국민이) 지지하고 다음에 기회를 또 주지 않겠나"라며 "편 가르는 정치인, 국민을 편 갈라서 능력도 충정도 실적도 없이 권력을 유지하려는 그런 못된 정치 집단을 반드시 표로 응징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 후보는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준석 후보와 김 후보가 '내란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선거 전날까지라도 반드시 할 것이다. 아직 안 하고 있지만 저는 (단일화)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절대로 김문수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단일화하든 뭘 하든 간에 김문수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상왕 윤석열 내란수괴가 귀환하는 것이고, 극우 전광훈의 꼭두각시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힘줘 말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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