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국민의힘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판세를 뒤집을 유일한 카드로 꼽혔던 '단일화'가 사실상 불발되면서다. 당은 김문수 후보의 '자강론'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를 위해선 김 후보 스스로 중도층 표심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보다 선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때라는 당내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3자 구도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삼자대결 구도에서 승리하겠다"라며 "김 후보는 중도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개혁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해 이재명 총통 체제의 등장을 함께 막아내자"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까지만 해도 단일화 문제를 두고 이준석 후보를 설득하기도, 압박하기도 하며 공세를 이어왔다. 하루만에 이준석 후보의 완주를 받아들이게 된 데는 이 후보의 단호함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에서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없다"라며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3자 구도 필승론'을 꺼내 들었다. 더이상 불확실한 단일화 가능성에 기대는 전략을 취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서울에서 열린 '2025 한국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없더라도 김 후보가 3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라며 "이재명 독주를 막기 위해 누가 가장 확실한 후보인지 많은 시민들이 표로 심판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이긴다'는 '사표론' 공세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반(反)이재명 정서를 자극해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2030은 기본적으로 친이준석이라 그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 비토정서' 때문에 지지하는 게 크다"라며 "일부는 막판에 김 후보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봤다.
이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엔 최근 지지율 반등으로 인한 자신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TK(대구·경북) 보수 텃밭을 중심으로 보이는 결집세를 발판 삼아 추세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24~25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 49%를 김 후보 35%, 이준석 후보 11%,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 순이다.
하지만 중도층에서의 부진은 여전하다. 중도층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57%, 김 후보가 26%로 지지율 격차가 훨씬 커진다. 당내 김 후보에게 친윤(친윤석열)계 정리와 극우 세력과의 선 긋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TK 지역의 한 의원은 "전통적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가 있다"라며 "탄핵에 대한 잘못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의 메시지를 담는 확고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여전히 단일화 성사 여지를 남겨뒀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모든 개혁 세력이 빅텐트 깃발 아래 모여야 하는 선거"라며 "단순한 숫자 계산이나 정치공학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단일화 논쟁이 아니다"라며 이준석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