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단일화 가능성은 0%'라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단호함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선거가 일주일 조금 넘게 남은 상황에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초강수 카드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말실수와 극우 이미지 극복이라는 변수들을 활용해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준석 후보를 향한 '설득'과 '압박'의 강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먼저 이준석 후보를 회유하기 위해 단일화의 '전제조건'을 제시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양당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사명이 같다면 무조건 반대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2030 세대를 위한 개혁신당의 정책을 진심으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가 여론상 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은근한 압박도 빼놓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 유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 없이 김 후보만으로 이길 수 있는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민심이 판단할 것으로 본다. 열심히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준석 후보가 결국 단일화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대위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는 이준석 후보의 결단에 달렸다"라면서도 "거부한다고 해도 '이재명 후보가 만들 나라가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 국민 공포가 워낙 커 결국 단일화는 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이준석 후보도 우리나라 미래를 생각하는 차원의 큰 틀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또다른 변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말실수'도 파고들고 있다. 특히 호텔경제론과 커피 원가 120원 발언, 시흥시 거북섬 등을 예로 들며 '비뚤어진 경제관'이라고 직격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HMM 부산 이전 공약과 일산대교 무료화 실패 등을 예로 들며 "최근 이재명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능력과는 거리가 멀고, 과연 이 인물이 상식적인 경제관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전투표를 독려하며 극우와의 뒤늦은 거리두기에 나섰다. 당 중앙선대위는 이날 회의에 앞서 '5월 29~30일 사전투표 하면 김문수가 이(2)깁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사전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사전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사전투표를 하지 않고 6월 3일 하루만 투표한다면 사정이 생길 시 투표하지 않을 수 있다. 3일 중 투표를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더 확실한 선 긋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장벽으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친윤(친윤석열계) 구태'를 꼽으며 "이것을 무너뜨리면 된다. 김 후보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지율이 오르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후보가 남은 기간 얼마나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중도층으로의 확장 가능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극우 세력과의 선긋기는 늦은 감이 있지만 중도층에게는 합리적인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각 정당의 후보 최측근들이 '2선 후퇴 선언'을 하곤 했다. 김 후보가 이같이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 마지막 남은 중도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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