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TV토론의 정치학' 표심 변곡점?…역대 사례 들여다보니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05.25 00:00 / 수정: 2025.05.25 00:43
23일 사회 분야 TV토론
과도한 공세, 오히려 역효과 불러올 수도
대선 TV토론이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는 표심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권영국 민주노동당,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왼쪽부터).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TV토론이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는 '표심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권영국 민주노동당,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왼쪽부터).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TV토론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두 자릿수 지지율에 진입했다. 앞으로 남은 토론이 향후 대선 판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 △연금·의료 개혁 △기후 위기 대응 등 사회 분야 주제로 2차 토론을 마쳤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2차 토론을 앞두고 현장 유세없이 토론 준비에 매진했다. TV토론이 지지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 측은 "토론 이후에 (이재명 후보와의)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내 접점으로 좁혀지다 보니 토론에 많이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 사례를 되짚어보면, 말 한마디가 민심을 흔드는 변곡점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제19대 대선 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말 한마디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져 지지율에 직격타를 입었다.

지난 2017년 4월 23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 후보가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탑니까, 제가 갑(甲)철수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이후 두 차례 더 같은 질문을 던졌으나, 같은 대답이 돌아오면서 오히려 안 후보가 '속이 좁아 보인다'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발표한 '19대 대선평가보고서'에선 대선후보 TV토론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크게 실패했다"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했다.

제19대 대선 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말 한마디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져 지지율에 직격타를 입었다. 왼쪽부터 안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더팩트DB
제19대 대선 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말 한마디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져 지지율에 직격타를 입었다. 왼쪽부터 안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더팩트DB

실제로 지난 16일 첫 TV토론 이후 대선 후보 지지율 추이에 변동이 생겼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 45%, 김 후보 36%, 이준석 후보는 10%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두고 지난 1차 토론에서 '호텔 경제학' 등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저격수' 역할을 자처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남은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역할을 잘 해낸다면, 지지율이 10%대를 넘어 15%로 급등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아직 선호 후보를 정하지 못한 무당층의 유권자에게 TV토론이 최종 선택의 근거를 제공할 거란 의미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TV토론을 계기로 보수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사회 분야 토론에서 '부정 선거' 관련 질문이 들어왔을 때, 김 후보가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면 지지율이 후드득 떨어질 것"이라면서 "김 후보에겐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차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김 후보에게 부정선거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권 후보는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관위에서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 이렇게 발언하면서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을 편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 후보는 "그건 제가 답할 문제도 아니고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건 그분이 한 것이지 제가 한 것도 아니다"라며 "저는 한 번도 그런(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과도한 공세가 오히려 상대편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등 역효과를 만들 수 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TV토론에서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저격수'로 나서 집중포화 했다. 박 후보가 '토론회에 나오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이정희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며 몰아세웠다. 그러나 박 후보의 지지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방식의 임의 전화 걸기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7.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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