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봉하에서 눈물 훔친 이재명…"노무현의 강물, 제가 잇겠다"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5.23 16:26 / 수정: 2025.05.23 16:26
서거 16주기 맞아 경남 봉하마을 방문
文 부부·권양숙 여사와 오찬
선거 막판 핵심 지지층 결집 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6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해=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6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해=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김해=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6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다. 묘역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이 후보는 추도 메시지를 통해 "노무현의 꿈,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의 정통 계보에 스스로를 잇는 것과 동시에 막판 핵심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인 김경수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과 사위 곽상언 의원 등과 함께 오전 11시께 묘역에 들어선 이 후보는 헌화 후 묵념을 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방명록에 "사람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참배 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오찬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박사를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곽상언 의원, 김경수 위원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작가 등도 함께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김해=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김해=배정한 기자

이 후보는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책임감'을 강조하는 당부를 전달받았다.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문 전 대통령이) 지금 대한민국이 운명을 정하는 정말 중요한 국면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존중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큰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정치검찰의 탄압 때문에 서거하신 지 16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하셨고, 대한민국 정치에 새로운 획을 그은 큰 업적도 남겼다. 한미FTA를 통해 대한민국이 통상국가로,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도 만들었다"고 노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으로 존중받는, 국민이 행복한 진짜 대한민국,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SNS에 올린 추도글에서도 이 후보는 사법연수원 시절을 회고하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남모르게 번민하던 연수원 시절,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 줬다"며 "고민이 무색하게, 시민과 함께하는 길이 제가 가야 할 길임을 알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이 자신의 정계 입문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께서 적극 실행하신 정치자금법 개정과 투명한 공천제도 개선은 돈 선거라는 고질적 병폐를 끊고, 불합리한 관행을 없앴다"며 "2006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이재명이 지방선거 출마를 용감히 결단할 수 있었던 것, 바로 노 대통령 덕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자신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의 적통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권양숙 여사(왼쪽 두번째),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세번째), 김정숙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 후보.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자신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의 적통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권양숙 여사(왼쪽 두번째),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세번째), 김정숙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 후보. /더불어민주당 제공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거론하면서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이라며 "이제 감히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자신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의 적통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당 비주류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일부 지지층과 거리감이 있었던 만큼, 문 전 대통령과 권 여사를 만나고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정통성 강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주춤한 가운데, '민주정부 계승자'를 강조함으로써 친노·친문계 등 핵심 지지층 막판 결집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한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완벽하게 당의 주류고,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비주류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며 "평소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기도 했고, 또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해야 선거에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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