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중도 표심을 흡수해 대선 승리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작 김문수 대선 후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탈당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며 요지부동이다. 대선이 채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후보가 영남권 유세를 마치고 상경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자진 탈당론'이 분출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 전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대통령을 찾아뵙고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당의 미래와 보수의 재건을 위해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의 90%가 잘못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12·3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서도 당의 책임을 표명하고, 국민께 공식 사과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탈당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의 김재원 비서실장은 "김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의 의사소통이 분명히 있었다"라면서도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전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는 속내는 복잡하다. 어느 선택에도 표가 걸려 있어서다. 중도층 표심을 얻으려면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필요하다.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다면 보수 강성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중도와 보수를 잡기 위한) 투 트랙 전략으로 보인다"라며 "의견 일치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에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탈당론은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이 버틴다면 출당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올라와 있다. 탈당파와 친윤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김 후보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당내 갈등이 증폭될 개연성까지 커진다. 보수가 분열된다면 김 후보의 대역전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보수 진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대선 경선 탈락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치적 '친정'을 비판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와 한덕수 전 총리는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다. 김상욱 의원은 탈당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설상가상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분명하게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축이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당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한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캐스팅보트(중도)에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도 (대선 승리의) 동력을 얻을까 말까"라면서 "이번 대선이 어려운 선거인 건 분명하지만 (당내) 많은 이들이 뭔가 판단 착오로 고립된 채 험로를 걷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한다면 표심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수 있어도 김 후보 운신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자진 탈당과 제명·출당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기에 현실화한다더라도 (중도 외연 확장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윤 전 대통령의 당적이 정리되다면 김 후보가 민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일정 부분 편해지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