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대선 판세는 여전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강 구도다. 범보수 진영이 '반명(反明)' 연대를 이뤄 대선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범보수 진영의 고민 지점은 진보 진영과 달라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표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단일화 실패로 보수 진영의 표가 분산된다면 1·2등 후보의 득표 차이가 최대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3 계엄으로 인한 '탄핵심판론' 속 국민의힘의 중도층 확보 가능성과 투표율도 관전 포인트다.
◆ 반이재명 전선?…'빅텐트' 될까, '빈텐트'로 끝날까
현재 정치권에서 대선 판세를 두고 1강(이재명), 1중(김문수), 1약(이준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추격하는 처지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반명 빅텐트가 아닌 '빈텐트' 아니냐는 자조가 나오기도 한다. 연일 반명 빅텐트를 외치지만, 정작 이에 응하는 세력은 없어 '빈텐트'로 남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명 빅텐트를 치기도 모자란 시간임에도 국민의힘은 지난주 단일화 실패로 큰 후유증을 얻었다. 갈라진 당심을 모으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김 후보의 손짓에도 대선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김 후보와 대선 경선 경쟁 상대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층이 김 후보 측이 아닌 이재명 후보 측에 넘어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 전 시장 측 '경제 책사'라고 불렸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도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다고 직접 밝혔다.
제3지대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준석 후보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며 "만 40세 나이에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것 자체로 엄청난 자산"이라고 말했다.
◆ 거세진 탄핵심판론에 중도층 의식했나…'계엄 사과' 기조
무엇보다 중도층 민심의 향배가 이번 대선 구도의 핵심 변수다. 대선에서 탄핵심판론과 관련된 정권교체 여론은 불가피하다. 이번 조기 대선은 국민의힘이 배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과 탄핵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등록 후 첫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과반에 달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글로벌이코노믹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정권교체 되는 것이 좋다'가 51.1%, '국민의힘 중심으로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좋다'는 38.3%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부터 일부 유세 현장에서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본격적으로 중도 확장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당 쇄신을 도모하고 중도층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만 35세 초선 김용태 의원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 찬반이든 각자 위치에서 판단한 분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후보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탄핵의 강을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젊은 층의 주도적 참여를 (후보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선 캐스팅보트 누가 쥘까?…'투표율'도 막판까지 변수
다가오는 대선에 이재명·김문수·이준석 3자 구도로 구성된 만큼, 보수 지지층이 어느 곳에 향하는가에 따라 대선 판도가 새롭게 구성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다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원한 지지층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보수 지지층 이탈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또 한 전 대표를 응원했던 지지자들의 경우 '탄핵 반대' '계엄 옹호' 노선을 강경하게 옹호했던 김 후보에게 거부감을 느껴 지지를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위와 같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를 묻는 문항에서 이준석 후보는 5.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49.5%, 김 후보는 38.2%를 기록했다. 이는 11.3%포인트 차이로, 지난 10일 진행한 한길리서치와 폴리뉴스 조사에서의 3자 대결 격차인 16.2%포인트보다 4.9%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여기서 보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면, 1·2위 후보 득표 차가 최대치를 찍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48.67%)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14%)가 민주화 이래 최대인 약 532만 표 차이(22.53%포인트)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김 후보가 3번의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색다른 반전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보수층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지난 11~12일 여론조사는 무선 ARS RDD 방식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응답률은 6.4%다. 지난 10일 진행된 또 다른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ARS 조사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5.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