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2일 '국민통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국 유세에 돌입했다.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동탄, 대전까지 이어진 유세에서 이 후보는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통합을 호소하며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라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여러 차례 언급한 그는, 그 이후 3년을 성찰과 재도약의 시간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6.3 대통령 선거 첫 공식 유세를 시작했다. 이어 경기 성남 판교를 찾아 IT업계 종사자들과 브라운백 미팅을 가졌으며 경기 화성 동탄과 대전을 잇달아 방문해 집중 유세를 이어갔다. 판교와 동탄, 대전은 이른바 민주당이 'K-이니셔티브 벨트'로 설정한 지역이다. 이 후보는 판교에서는 IT 산업 육성을, 동탄에서는 반도체 기술 지원을, 대전에서는 과학기술 발전 정책을 각각 강조하며 지역 특성에 맞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광화문 유세에서 이 후보는 "더 이상 과거에 사로잡혀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하고 갈등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며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는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는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정치 구도를 넘어선 통합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니라 내란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헌정질서와 민생을 파괴한 거대 기득권과의 일전"이라면서도 "더 낮은 자세로 대통령의 제1 사명인 국민 통합에 확실하게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탄 유세에서는 "정치가 뭔가. 이념이니, 진영이니, 색깔이니, 지역이니,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민생, 경제, 평화, 안전 아니겠나"라고 물으며 민생 중심의 통합 메시지를 이어갔다.
집권 시 정치적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 후보는 "인생이 길지도 않은데 권력이라는 것은 더더욱 짧은데 그 짧은 시간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제거하고, 싸우느라 보낼 시간이 어딨나"라며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존중하고, 함께 사는 세상 만드는 일도 급한 일인데 편을 지어 싸우고 누군가를 제거하고, 미워하고, 혐오하는 그런 일 이제 그만하자"고 밝혔다.
대전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나"라며 "왼쪽이면 어떻고, 오른쪽이면 어떨 것이며 이 지역이면 어떻고 저 지역이면 어떻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쓰고 이 짧은 시간에 인생도 짧은데 그런 유치한 정권 다툼 놀이 그만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유세 곳곳에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의 패배를 언급하며, 그 시간 동안의 성찰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광화문에서는 "제 부족함으로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도 졌다. 모두에게 절실했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패배 그 이후가 더욱 아팠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 지독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뼈아픈 패배의 책임자를 다시 일으켜주신 국민과 함께 간절하고 절박한 모두의 열망을 한데 모아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단언했다.
동탄에서는 "대선에서 패배하고 여의도로 갔더니 그때부터는 참혹한 살육전이 벌어져 매우 힘들긴 했다"며 " 그래도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 수권정당으로 확실하게 변모했고 국민들의 평가를 다시 받았으니 그 또한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시는 패배하고 나서 울지 말자"며 " 진심으로 (민생과 경제를 회복할 후보가 저라고) 생각하면 이번에는 대통령실로 보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전에서는 "대통령은 여러분이 국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쓰는 도구 아닌가"라며 "도움이 되면 쓰고, 도움이 안 되면 과감히 갈아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위치를 스스로 낮추고 정치인의 본분을 재확인하는 해당 메시지는 지난 3년의 정치적 경험을 통한 성찰의 산물로도 해석된다.
이같은 기조는 보수진영의 분열과 반윤정서를 넘어 중도층과 보수층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진영구도를 전면 부정한 이유도 외연 확장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국민 도구'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모습은 '권력 독점' 이미지를 해소하고 다시 한 번 유권자의 선택을 구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는 13일에는 영남권을 공략한다. 경북 구미와 대구, 포항을 찾는데 이어 저녁에는 울산 유세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