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두고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당 스스로 단일화 시너지를 감소시키면서까지 명분 없는 단일화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강압적 단일화를 중단하라'는 김 후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 자체 단일화 로드맵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일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 이전에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서 이재명 세력을 이겨낼 수 있는 후보를 기호 2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결단'까지 언급했다. 그는 "단일화를 이뤄내기 위해, 더 넓게 보면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필요하면 결단도 낼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가 대선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김 후보뿐만이 아니라 우리 당 모두가 역사와 그리고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후보가 대선판에 등장하게 된 데는 김 후보 책임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날(7일)부터 단일화 촉구 단식 농성에 돌입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의 지지율이 한 후보의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 후보가 나왔겠는가"라며 "그래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후보 스스로 한 후보와 전당대회 직후 바로 단일화를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졌다.
당은 조금이라도 더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일 뿐 강요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대선 판도에서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이 후보와 맞붙었을 때 조금이라도 앞서는 후보를 택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김 후보는 이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3자 대결에서 29%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한 후보는 34%로 나타났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당 지도부가 압박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압박하고 있다"라며 "시간의 압박 속에서 당원 뜻에 따라 당 지도부는 준비해야 할 일들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국민의힘이 애초 기대했던 단일화 효과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당한 경선 과정을 통해 뽑은 당의 대선 후보에게 사실상 단일화를 강요하고 그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모양새가 되면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단일화 효과가 일부 감소된다. 김 후보의 지지층이 불만을 갖고 승복을 안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당 지도부가 단일화 필요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당심'이지만 명분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실시한 '단일화 찬반' 관련 여론조사에서 전 당원의 82.3%가 단일화를 찬성했다고 집계됐지만, 조사 대상 75만8801명 가운데 25만6549명이 응답하면서 응답률이 33.8%에 그쳤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단일화 압박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당내에서도 나온다.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법적 논란까지 감수한 정당성 없는 단일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후보 강제교체, 강제 단일화 관련 일련의 행위는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자 정당민주주의 위배, 위헌위법적 만행으로 더 큰 혼란과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당 지도부 행태를 비판했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NBS 또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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