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법리스크는 이미 끝났다"…파기환송에도 이유 있는 '직진'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5.05 00:00 / 수정: 2025.05.05 00:00
"사법 아닌 정치의 문제"…후보 교체론 일축
보수진영 대안 부재에 '역결집' 조짐도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직진 기조를 더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직진 기조'를 더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직진 기조'를 더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정권교체의 기로에서 '사법리스크'가 더는 유효한 변수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민주당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사법적 문제는 이미 유권자 인식에 반영이 끝났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사법을 통한 정치 공세'라는 인식으로 이어지며, 지지층 역결집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판결을 '정치적 개입'으로 규정하면서 사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출신인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은 규정과 관례도 무시하고 9일 만에 단 두 번의 합의로 무죄 원심을 깼다"고 질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 인사'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도 "정치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일반인의 것보다 적게 해석하면서 유권자와 국민의 자율적 판단에 제한을 가한 것으로 정치를 극도로 혐오했던 5공 시대로 되돌리는, 헌정의 시간을 되돌려놓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같은 날 당 소속 의원들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아가 강한 규탄 발언을 내놨다. 박주민 의원은 "처음부터 강력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라며 "그런 의도가 개입된 판결을 우리들은 흔히 정치적 판결이라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대법원에 규탄하고, 각성하라고 외쳤지만 사실은 탄핵하자고 외치고 싶다"며 "사법권력을 이용해서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는 무모한, 반법치적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저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격앙된 반응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라, 오히려 이재명 체제를 재확인하고 결속을 다지는 정치적 선언에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은 사법의 칼끝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후보 교체론에는 일말의 여지도 두지 않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는 권리당원 60% 이상의 참여와 국민 100만명이 참여한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라며 "어떤 사법적 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대선 구도나 이재명 후보의 독보적 지지율에 균열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유권자들에게 반영된 일종의 상수여서 반복된 프레임의 효과는 낮다는 것이다. 이 후보를 위협할 만한 보수 진영의 주자들도 부재해 '흔들 수 없는 후보'라는 인식이 되레 공고해진다는 진단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법적 이슈는) 유권자 인식에 반영이 끝났다"며 "이 사안을 결정적 변수로 만들기 위해선 상대방 진영에서 대안적 요소를 내줘야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큰 거악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차악을 제거하자는 말은 국민 시선을 끌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판결 뒤 곧바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권자에게 시기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정치적 의도가 짙은 행보로 비치며, 기대했던 반전 효과보다는 역풍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있다. /뉴시스
이 후보의 판결 뒤 곧바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권자에게 시기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정치적 의도가 짙은 행보로 비치며, 기대했던 반전 효과보다는 역풍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있다. /뉴시스

이 후보의 판결 뒤 곧바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권자에게 시기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정치적 의도가 짙은 행보로 비치며, 기대했던 반전 효과보다는 역풍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있다. 박상병 평론가는 "(이 후보에게) 호재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악재는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법원 판결과 한 전 총리의 사퇴가 딱딱 맞물려서 (기획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며 "오히려 지지층 사이에서 투표율을 더 끌어올릴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요한 평론가도 "(사법 리스크는) 이전에 다 반영됐던 것이고 중도층한테도 '진짜 해도 너무 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서 결코 이 후보에겐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역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후보 교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후보는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헌정사 최고 지지율의 후보자를 사법 살인으로 비상식적으로 하는데 국민들이 그걸 봐주겠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사법적 파장이 아니라 정치적 반사효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는 주장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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