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선거철마다 정치권에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면 바로 '킹메이커'를 향한 구애 경쟁이다. 윤여준·김종인 등 원로 정치인은 여야를 넘나들며 영입 1순위로 꼽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이번 킹메어커 쟁탈전에선 한발 앞서게 됐다.
민주당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대위 출범식을 연다. 윤 전 장관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전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여러 인사들이 참여한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평소 윤 전 장관은 제게 조언과 고언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라며 "윤 전 장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계시지만 대표적 인물로 윤 전 장관에게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주요 정치 국면마다 여야를 넘나드는 행보로 주목받아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제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공천을 지휘했고, 16대 대선에서는 기획위원장으로서 이회창 후보 선거를 지원하며 '이회창의 장자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다양한 인물들과 인연을 이어갔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며 진보 진영과도 협력했다. 2014년에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돕는 '멘토' 역할을 맡았으나, 안 의원이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통합을 추진하자 결별했다. 2016년에는 다시 안철수와 손잡고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장관의 영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신의 한 수'로 평가한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치에서 이미지는 허상이 아니라 정치인의 역량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적나라한 실체"라며 "이재명 선대위를 안정시키고 고령층에 어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가장 약한 65세 이상 고령층에 어필할 수 있고, 대선 캠프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며 전략적 효과가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신 교수는 "상징성은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만큼 효과가 있진 않을 것"이라며 "YS쪽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그를 보수라고 생각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 쪽에서는 윤여준을 진보라고 생각하고, 진보 쪽에서는 보수라고 생각한다"며 "자기랑 같은 편보다는 반대편을 영입해야 이미지가 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보수 인사의 상징성보다는 실질적 자문 역할에 더 의미를 뒀다. 그는 "실질적 효과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윤 전 장관은 오래전 한나라당에 있었고, 그 뒤로는 안철수 의원과도 손잡고 중도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징성이나 이미지보다도 옆에서 이 후보의 행보를 결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동안 이재명 후보 주위에 친명계 등 너무 강성들만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윤 전 장관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윤 전 장관 영입의 효과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공통으로 이 후보가 보수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다. 윤 전 장관과 같은 원로 정치인의 영입은 선거 캠프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후보의 이미지를 다층화하는 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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