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9일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 여부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 구조와 권력 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규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 제71조에 의하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토록 하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하게 6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헌법재판관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같은 헌법 훼손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무위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며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여덟 번째로 이번이 마지막일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이르면 이번 주 사퇴하고 대선 출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밖에 한 권한대행은 '한미 2+2 통상 협의'와 관련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이번 협의를 통해 굳건한 양자 관계를 재확인했으며 우리 대표단은 향후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주부터는 관세·비관세 조치, 조선업 협력 방안 등 분야별 실무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며 "한미 양국 간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이지만 협의가 마무리되는 7월까지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며 때로는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를 향해 "그 어느 때보다 입법권과 예산권을 통해 민심에 부응해야 하는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한 때"라면서 "그러나 아직도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한시가 급한 반도체특별법제정안,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안, 지방투자 기업의 획기적인 규제·조세특례를 부여하는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 제정안 등 하루빨리 처리돼야 할 법안들이 너무나 절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