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경선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득표율로 압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선 경쟁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당내 결집을 완성한 이 후보는 '국민통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경선 독주에 이어 본선 대세론까지 굳힐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 후 최종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 후보는 최종 89.77%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재외국민선거인단을 합쳐 90.32%,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89.21%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이는 민주당 역사상은 물론, 주요 정당 경선을 통틀어도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기록한 83.97%를 넘어선 수치다. 경쟁 후보인 김동연(6.87%), 김경수(3.36%) 후보와는 80%P가 넘는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내 구심력을 확고히 했다.
정치권은 이번 경선 결과가 단순한 수치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비명계의 견제를 딛고 당내 전폭적 신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본선 국면에서도 민주당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도 하다. '원팀' 구도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본선 준비에서도 빠르게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경선 독주 흐름은 본선 가상대결로도 이어진다. 리얼미터가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48.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의 김문수(13.4%), 홍준표(10.2%), 한동훈(9.7%)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4.4%) 후보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가상 3자 대결에서는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 후보는 모든 구도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경쟁 후보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구도에서는 50.9%, 23.3%, 7.4%, 이재명-한동훈-이준석 구도에서는 50.7%, 16.8%, 7.8%로 나타났다. 이재명, 홍준표, 이준석 구도는 51.5%, 21.9%, 6.6%를, 이재명-안철수-이준석 구도는 51.9%, 10.5%, 6.6%로 모든 구도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내 경선에서 보여준 압도적 지지세가 본선 경쟁력으로도 이어지는 양상인 셈이다.
본선 무대에 오른 이 후보는 '국민통합'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통합'이라는 표현을 14차례나 반복하며 강조한 데 이어 28일에는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묘역까지 참배했다.
이 후보는 "역사적 인물들의 평가는 역사가들과 시민사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하면 된다"며 "민생을 챙겨야 하는 정치 영역에까지 (역사적 평가를) 끌어들여 현실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갈등 소재가 된다면 그 또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상임선대위원장으로는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택하기도 했다.
이같은 통합 행보는 당내 강성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던 경선 국면과 결이 다른 행보로 볼 수 있다. 중도층과 무당층을 아우르지 않고는 본선에서의 압도적 득표율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성 이미지를 벗고 포용적 리더십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로, 보수 성향 유권자층까지 외연을 확장하려는 복합적 의도도 읽힌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진보 성향 유권자까지 포섭하려 했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에겐 불신 리스크가 있다"며 "이걸 넘어서기 위해선 메시지의 반복밖에 없다는 걸 알고 언행일치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통합 행보가 기존 진보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어떤 정책과 비전을 통해 경선 압승의 모멘텀을 본선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이 후보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23~25일 전국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7.3%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