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6·3 대통령선거 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2차 경선 중인 '4강' 후보들이 일제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보수 진영에서 '반(反) 이재명' 빅텐트 기류가 강해지고 있어 갈수록 '한덕수 대망론'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후보는 한 대행과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한 대행과 '원샷 경선'을 해서 보수 후보를 단일화하겠다"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하겠다"라고 했다. 14일 한 대행의 출마에 비상식적이라며 반대했던 태도와 달라졌다.
한동훈 후보도 마찬가지다. 한 대행 차출론을 두고 '테마주 주가 조작과 같다'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던 그는 이날 SNS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라면서 "특히 한 총리님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라고 썼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2차 경선 1대1 맞수토론에서 한 대행과 단일화 질문에, 토론 상대인 김문수 후보가 찬성한 것과 달리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는 "지금 미국의 관세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라면서 한 대행이 국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유를 들었다. 토론회 이후 '한 대행의 출마에는 반대. 부득이 출마한다면 빅텐트는 누구에게나 열렸다'라고 공지했다.

'한덕수 차출론'에 반대했던 경선 주자들이 잇달아 견해를 뒤집으면서 반이재명 빅텐트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대선이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보수당 대선 주자들 모두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열세다. 따라서 이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는 데다 2차 경선부터 '당심'이 반영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작 이날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한 대행은 대선 출마설에 긍정도 부정도 않고 있다. 일각에선 시선을 끌어들이는 정략적 침묵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와 별개로 한 대행이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예비역 육군 병장"이라며 군필자라는 점을 부각했는데, 에둘러 출마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한 대행에 대한 지지세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9일~21일 전국 유권자 2002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대행은 28.7%를 기록했다. 김문수(19.5%), 홍준표(17.9%), 한동훈 (15.7%) 후보에 크게 앞섰다(무선 100%·ARS·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응답률 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갈수록 당 안팎에서 한 대행의 출마설은 힘을 얻고 있고, 경선 후보들도 한 대행이 선수로 뛰어드는 쪽에 무게는 두는 듯하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5월 3일) 일정 등을 고려해 이르면 이달 말쯤 출마에 관한 입장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한 대행이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이 후보로 기울어진 대선 판세를 뒤집기 위한 빅텐트의 체급이 훨씬 커질 수 있다. 판세는 안갯속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