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한덕수, 출마론 '활활'…대권과 닿은 광폭행보?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4.26 00:00 / 수정: 2025.04.26 00:00
민주 경선 후보들 입장곡에도 '메시지'
국힘 '4강' 후보, 툭 뱉은 말도 의미심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르면 이달 말 사임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2차 경선 중인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모두 권 대행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영무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르면 이달 말 사임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2차 경선 중인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는 모두 권 대행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간) 8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청빈의 삶을 실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을 멈추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평화를 당부한 것이다.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 충돌의 전쟁이 끝나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갈등도 종식돼야 한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우리 사회는 분열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대권 주자들이 경쟁자들을 헐뜯고 비방하는 구태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대선 출마설에 촉각을 곤두세운 여야는 옥신각신하며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이게 부끄러운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행은 지난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의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박헌우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행은 지난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의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박헌우 기자

◆출마 선언만 남았다?…한덕수와 '4월 29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응. 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왔어. 이후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취재진과 마주쳤지. 한 권한대행은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고만 답하고 자리를 떴어. 답변을 재차 회피하는 걸로 봐서 그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에 가까워지는 분위기야. 앞서 한 권한대행은 외신 인터뷰에선 "아직 결정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거든.

-그렇다보니 한 권한대행의 그간 행보도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돼. 그는 지난 15~16일 광주와 울산 등 영호남을 번갈아 찾아 산업과 민생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어. 같은 기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은 불참한 채 말이야. 이어 한 권한대행은 미국발 통상 대응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총력전을 재차 당부했고, 지난 23일에는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았어. 민생과 경제, 그리고 안보까지. 대권 후보 일정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야.

정치권 등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출마일로 오는 4월 29일을 꼽는다. 이날은 공직자 사퇴 시한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하다. /박헌우 기자
정치권 등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출마일로 오는 4월 29일을 꼽는다. 이날은 공직자 사퇴 시한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하다. /박헌우 기자

-한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언제가 유력할까?

-4월 29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와. 29일은 공직자 사퇴 시한(내달 4일)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있는 날이야. 한 권한대행이 해당 국무회의에서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29일은 또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도 하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빅텐트 단일화'로 환영하는 모양새야. 단순히 '출마설'이 아니라 이제는 '임박설'로 보는 게 맞지 않냐는 말도 들리더라.

-한미 2+2 통상 협의가 일단락됐다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어. 앞서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판결 직후 "제가 앞장서서 통상 대응을 준비하고 실천하겠다"고 했거든. 어찌보면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자신만의 숙제를 끝낸 셈이고, 그만큼 운신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그렇고, 정말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그 변이 참 궁금하긴 하네.

김동연 민주당 경선 후보가 19일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민주당 경선 후보가 19일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모습. /김동연 캠프 제공

◆민주 경선은 '노래대전'?…입장곡으로 메시지 전쟁

-민주당 합동연설회 분위기 어땠어?

-당원들이 모여서 서로 지지하는 후보들 이름도 외치고, 마치 축제 분위기였지. 그런데 '음악이 반을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 처음으로 열린 19일 충청권 행사에선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세 후보가 각자 준비한 입장곡과 함께 무대에 등장했는데, 노래부터 스타일까지 셋 다 완전히 달랐거든.

-이재명 후보는 'Ascending'이라는 곡을 틀었어. 웅장하고 장중한 분위기였어. 캠프는 "위기의 절벽을 기회의 오르막길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골랐다고 하더라. 손을 흔들며 무대에 오르는 모습, 확실히 '포스'가 있더라고.

-김경수 후보는 영화 록키의 OST 편곡 버전인 'Can You Feel It'을 골랐지. 지지자들의 이름 연호에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더라고. '1인자'에 도전한다는 이미지랑 딱 맞아떨어졌지. 캠프는 "포기하지 않는 도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감동의 서사를 담았다"고 설명했어.

김 후보는 20일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에 NC다이노스 버튼을 단 채로 입장했다. 이날 입장곡은 삼성라이온즈 오승환 선수의 테마곡인 Lazenca, Save Us였다. /김동연 캠프 제공
김 후보는 20일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에 NC다이노스 버튼을 단 채로 입장했다. 이날 입장곡은 삼성라이온즈 오승환 선수의 테마곡인 'Lazenca, Save Us'였다. /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후보는 완전 다르게 갔어.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입장곡은 '나는 행복합니다'를 골랐더라고. 한화 이글스 응원가인데, 충북 음성 출신인 김 후보가 지역 연고를 부각해 지지층 친근감을 노린 거지. 캠프는 "올해 이글스는 가을야구를 할 것이라는 믿음과 바람을 가지고 선택했다"고 설명했어.

-그런데 재밌는 건 다음날이었어. 영남권 연설회에선 김동연 후보의 입장곡이 바뀌었거든. 이번엔 분위기 확 전환해서 'Lazenca, Save Us'로 등장했어. 야구팬이라면 알겠지만 삼성라이온즈의 레전드 오승환 선수의 등장곡이야. 캠프는 "대한민국의 경제 구원투수, 경제9단 김동연을 알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하더라.

-김동연 후보는 야구광답게 롯데 자이언츠 점퍼를 입고, NC 다이노스의 버튼을 가슴에 달았더라고. "라이온즈, 자이언츠, 다이노스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하더라. 그야말로 '야구+지역 유권자'를 싹 다 챙긴 선곡 전략이었지.

-입장곡 하나에도 메시지를 담은 대선판. 이제는 정책만큼이나 선곡 감각도 무시하지 못 하겠더라.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농담? 저격?…뼈 있는 말 오간 국힘 2차 미디어데이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미디어데이가 열렸다고?

-응. 지난 23일 2차 경선 진출자 4명이 24~25일 열린 맞수 토론회의 상대방을 직접 지목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어. 후보들뿐 아니라 당 지도부, 당 선거관리위원 등도 행사에 참석했는데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페어플레이로 승리하겠다'라는 구호도 함께 외치더라.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화기애애 속 긴장감이 느껴졌어. 정치 고수끼리 모인 자리답게 농담이 오갔지만 그 말에 '뼈'가 있다고 해야 할까? 먼저 김문수 후보가 토론 상대로 한동훈 후보를 고르면서 신경전은 시작됐어. 김 후보는 한 후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선거를 다시 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 한 후보 때문 아닌가 물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어. 한 후보를 둘러싼 '배신자 프레임'을 건드린 거야. 한 후보는 이에 "저는 김 후보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면서도 "계엄이나 탄핵을 이번 선거에서 피해 갈 수 없다. 좋은 방향으로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쳤어.

한동훈·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옹하는 모습. 두 후보는 토론 상대로 서로를 지목했다. /국회사진취재단
한동훈·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옹하는 모습. 두 후보는 토론 상대로 서로를 지목했다. /국회사진취재단

-1차 경선 토론회 당시 AI(인공지능)를 두고 설전을 벌였던 김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다시 맞붙게 됐어. 안 후보는 김 후보를 고른 이유에 대해 "1차 토론 때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또 한 번의 AI 공방을 예고했어. 김 후보는 "안 후보는 의사인데도 의사를 안 하고, 안랩을 창설하고 안랩을 안 하고 정치를 한다. 저는 한 개도 못 하는데"라고 말해 현장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어.

-지난 토론회에서 옥신각신했던 한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둘은 서로를 지목했어. 현장 반응이 좋았어. 먼저 한 후보는 홍 후보를 지목한 데 대해 "국민 관심을 끌려면 우리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어. 홍 후보가 상대를 지목할 차례가 되자 그 자리에 서 있는 한 후보를 향해 "들어가지 말고 나도 한 후보를 지목하겠다"고 했어. 홍 후보는 서로를 지목하게 된 배경을 두고 "나를 지목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서로 지목하자고 했다"고 털어놓았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하>편에 이어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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