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25일 번갈아 가면서 주도권을 갖고 3시간의 '맞수 토론'으로 맞붙었다. 두 후보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강도 높은 공방을 벌였다. "깐족댄다", "폄하 표현", "품격 떨어트린다" "아부한다" 등 도발적인 표현도 오갔다.
두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2차 경선 맞수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홍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해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해야 한다.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계엄 당시) 당대표였으면 그런 일 없었다"라며 "아무리 속상해도 대통령과 협력해 정국을 안정시키고, 야당과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끌어가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도리어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했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홍 후보 같은 분은 대통령 편을 들면서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문제 제기한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를 계속해 왔다"라며 "오히려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은 토론 내내 서로가 깐족거린다고 비난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깐족' 표현을 두고 "깐족댄다는 말 계속 쓰시던데 일상생활에서 주변에 있는 분들한테 깐족댄다는 표현 쓰시면 안 된다. 폄하 표현이다"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이에 "오늘 깐족대는 것만 보고 다음부터 안 쓰겠다", "깐족댄다는 말의 의미도 모르고 그런다"고 맞받아쳤다.
그 이후 토론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도 홍 후보가 "깐족거리면서 토론해 보자"고 하자 한 후보는 "저는 안 그러겠다. 품격을 지키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서로를 둘러싼 민감한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을 언급하며 "여성 최고위원에게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 '주막집 주모' 등 말씀하신 적 있는가"라고 묻자 홍 후보는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이란 말은 한 적 없다"라며 "주막집 주모는 발언했다. 비유법이었다"고 답했다.
한 후보가 이어 "여성 정치인을 향해 분칠이나 하고 화장하는 최고위원을 뽑으면 안 된다 말한 적 있나" 물었고, 홍 후보는 "이미지 정치하지 말고 공부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자에게 '너 맞을 수가 있다'고 말한 적 있나"란 질문엔 "한 적 있다"며 "하도 따라다니면서 거짓말을 물어대니까 그러다 너 맞을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이에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린다. 저는 홍 후보를 보며 정치를 오래했다고 품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당원게시판 논란을 꺼내 들었다. 홍 후보가 "당원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내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게재됐다. 한 후보의 가족이 범인인지 아닌지 대답해달라"고 추궁했지만 한 후보는 "당원들이 익명으로 보장된 게시판에 쓴 글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홍 후보가 즉답을 회피하는 한 후보를 향해 "말 안 하는 것을 보니까 가족이 맞는 모양"이라며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는 "당원게시판은 익명이 보장돼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두 사람은 온라인상에서 서로를 일컫는 별칭을 언급하며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밖에서 한 후보를 '윤석열의 아바타'란 이야기를 한다. 또 하나가 한 사람(윤 전 대통령)은 의리의 사나이인데 한 사람(한 후보)은 배신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한 후보를 둘러싼 배신자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곧바로 홍 후보를 향해 "시중에서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나"라며 "코를 땅에 박을 정도로 98도로 아부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편들면서 이간질했던 홍 후보 같은 분이 문제다"라며 "홍 후보 같은 분 때문에 결국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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