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텃밭' 사수를 위해 호남행 기차에 올랐다.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는 호남 승부를 앞두고 총력전에 나섰다. 호남 지역 권리당원이 37만명에 달하는 만큼 후보들 모두 일정과 메시지를 전면 배치했다.
이재명 후보는 2박 3일간 호남에 머무르며 총력 유세에 나선다. 이날 오전에는 전북 김제시 한국농어촌공사를 찾아 '건강한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재생에너지 간담회를 열고 오후에는 광주 전일빌딩245에서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끈 시민들'이라는 제목의 당원 간담회를 가졌다. 25일에는 전남 나주의 전남농업기술원을 방문해 '미래 농업 전초기지 호남'을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명 후보는 광주를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농생명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불균형발전의 피해지역이 된 호남을 제대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호남이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 속에서 소외돼 온 만큼 AI로 대표되는 첨단시대를 맞아 신성장동력 산업이 호남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이번 경선 기간 중 한 권역에 하루 이상 체류한 일정은 호남이 유일하다. 그 배경에는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패한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후보는 광주·전남에서 46.95%를 득표해 이낙연 후보(47.12%)에게 0.17%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올해 4·2 재보궐 선거에서도 유일하게 유세에 나섰던 전남 담양에서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호남 약점론' 이 다시 부각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호남 약점이 있는 후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호남 성적표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런 것(대선 경선 패배)들이 재발하면 승승장구하던 가도에 일종의 오점이 남게 된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이 흔들리면 연쇄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후보 입장에서는 그런 연쇄 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호남 민심을 얻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에서도 다른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게 드러나면 중도층 입장에서는 이탈 조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자인 김경수 후보는 '호남의 사위'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지역 밀착형 전략을 택했다. 배우자 김정순 여사도 전남 신안 임자도 출신이라는 인연을 앞세워 지원 유세에 나섰다. 22일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광주 양동시장, 광주시당을 돌며 일찌감치 지역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김동연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같은 날 전북도당과 광주광역시당에서 당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남 장성군 황룡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호남 기후산업 육성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내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여전히 지역 경제는 어렵다"며 "이번 대선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호남 민심 확보가 차기 대선 구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 교수는 "호남이 민주당의 텃밭이기 때문에 어쨌든 (이 후보의 독주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차기 정치적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호남권 순회경선 합동연설회는 오는 26일 오후 3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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