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은 '반탄(탄핵 반대) 2' 대 '찬탄(탄핵 찬성) 2' 구도가 됐다. 1차 경선과 다른 반영 비율에 후보들에겐 '당심과 민심' 모두 잡아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반탄파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를 유지해 당심을, 찬탄파는 중도 확장성을 강조해 민심을 결집해 경쟁력 부각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대선 2차 경선에 돌입했다.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가 1차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2차 경선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김문수·홍준표 후보와 탄핵을 찬성한 안철수·한동훈 후보로 구도가 나뉘어 진행된다.
2차 경선에선 당원 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3차 경선 진출자를 확정한다.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를 적용했던 1차와 달리 당심과 민심이 반반씩 적용된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만 반영하는 '역선택 방지조항' 탓에 민심보다는 당심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반탄파는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찬탄파의 '탄핵 책임론'을 부각해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찬탄파에 우호적이지 않은 당원들의 지지를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반탄파는 당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보수 지지 기반을 가장 강력하게 결집시킬 수 있는 윤 전 대통령을 배신해선 안 된다. 배신해서 정권을 잡은 경우는 한 번도 없다'라며 배신자 프레임을 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찬탄파는 반탄파와의 차별성을 강조해 외연 확장력과 본선 경쟁력을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른바 윤심(윤 전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2차 경선 진출 가능성이 안철수 후보보다 높게 점쳐졌던 나경원 후보가 탈락한 데는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설정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전보다 선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해석이다.
안철수 후보는 공개적으로 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리 누구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라며 "국민 앞에 솔직히 진심으로 사과하자"고 했다.
찬탄파 후보 측 한 관계자는 "계엄에 찬성한 후보의 득표율이 반대한 후보보다 더 나왔다는 점이 포인트로, 계엄에 찬성한 후보 파이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라며 "이와 관련해 제일 명확한 메시지를 내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해졌다"고 했다.
'반(反)이재명' 정서와 계엄, 탄핵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는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할 때라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내놔야 할 때"라며 "그간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장점으로 꼽혀온 경제·외교·안보 분야의 정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보자 간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2차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까지 안 가겠다는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후보로 확정하고 3차 경선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반드시 과반 이상 득표를 해서 곧바로 본선 체제로 이재명 민주당을 상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 캠프 총괄상황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홍 후보가 50% 이상 득표율을 얻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라며 "경선이 결선까지 가지 않고 29일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차전에서 압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24~25일 주도권 토론회와 26일 4일 후보자 간 토론회를 거쳐 27~28일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29일 3차 경선 진출자 2명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