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양당의 대선 경선이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홍준표 경선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원 명부 불법 활용 의혹을 다시 꺼내 들며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를 연결고리로 홍 후보를 향한 선제적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본선을 앞두고 '부적격 프레임'을 씌우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 특검법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 명태균 특검법의 재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명태균 진상조사단의 공세도 한층 거세졌다. 22일 기자회견을 연 조사단은 명 씨와 관련된 인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윤상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홍 후보 등을 지목하며 이들의 출국금지를 촉구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홍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2022년 대구시장 경선 당시 홍 후보 측이 명 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의혹과 함께 대구시 당원명부가 캠프 쪽으로 유출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여기에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홍 후보의 측근 최모 씨가 최근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사실이 보도되자 민주당은 이를 '증거인멸 우려'로 규정하며 공세의 명분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이같은 공세가 단순한 이슈화 시도를 넘어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홍 후보를 본선 이전에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한동훈 후보나 김문수 후보보다 검증 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많은 홍 후보를 타깃으로 삼아 여론전의 주도권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속단은 이르지만 홍 후보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경선 단계부터 선제적인 검증 공세에 나섰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최종 주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후보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상대화하려는 방어적 공세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사한 프레임을 국민의힘 주자에게도 덧씌움으로써 방어 논리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를 공격하면 오히려 키워줄 수 있다"며 "오히려 홍 후보를 구태 정치 이미지로 몰면서 이 후보에 대한 리스크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주당은 명 씨 관련 공세는 대선 국면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조사단 소속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홍 후보 의혹은 새로운 정황이 계속 나오는데 본인은 제대로 된 소명 없이 대선 출마까지 나서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며 "검찰 역시 창원지검에서 중앙지검, 대구지검, 대구시경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사건을 회피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피하려는 수사기관의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명 씨 관련 이슈가 더 이상 정치적 파급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이 후보에 대한 대장동 의혹처럼 반복되는 공세 속에 이슈가 이미 상수로 굳어진 만큼, 향후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홍 후보에게 그렇게 타격감이 있진 않을 수 있다"며 "예상할 수 있는 변수는 변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퇴장과 맞물려서 이제는 발화성이 없는 이슈가 돼버렸다"라고 설명했다.
홍 후보 대선 경선 캠프는 민주당의 명 씨 관련 의혹 제기에 반박하며 "민주당은 강혜경, 김태열에게 공익 제보자라는 꽃가마를 태워 국회 안방까지 불러들여 거짓 공작의 굿판을 벌였다"며 "황금폰도,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이미 수사당국이 다 확보하지 않았는가. 의혹이 있다면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