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 지원 정책을 내세웠다. 이번 경선을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의 '기본소득'과 차별화를 통한 견제에 나선 셈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기본생활보장제도'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모든 국민이 중위소득 40% 수준의 최저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이 제도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근로 유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일정 소득 이하를 정한 뒤 소득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방식이라 근로 유인 효과가 없다"며 "국민기본생활보장제도는 근로를 하면 할수록 전체 소득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가 내세운 국민기본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없는 경우 중위소득 40% 전액을 보장한다. 소득이 있다면 중위 소득 100%까지는 소득의 60%를 공제하게 된다.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인데 언제까지 산업화를 이끈 어르신 세대가 폐지를 주워야 하는가"라며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는 국민은 단 한 명도 없게 만드는 그런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 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의 이같은 공약은 이 전 대표가 주장했던 기본소득 정책과 △지급 방식 △필요 예산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당시 내세운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연 25만 원을 지급, 임기 내 연 100만 원으로 확대하는 공약이었다. 김 전 지사의 소득에 따른 차등적 지원과 달리 소득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은 연간 50조 원 넘는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 있다. 반면 김 전 지사는 국민기본생활보장제도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연간 대략 15조 원이라고 추산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선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천문학적 예산을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정책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도 기본소득은 당분간 어렵다고 전망했다. 싱크탱크의 상임대표를 맡은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출범식에서 "조세 기반의 기본소득을 하는 것은 여건도 안 되고 우선순위도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기본소득 공약을 완전히 포기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 이후 기본소득 공약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말하지 않는다고 없어진 건 아니다"라며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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