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명으로 추려지는 2차 경선행 티켓을 두고 신경전이 최고점에 달했다. 특히 진출 가능성이 높은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의 자리를 제외한 한 자리를 두고 나경원·안철수 후보가 크게 충돌했다. 두 후보가 각 반탄(탄핵 반대)·찬탄(탄핵 찬성)을 대표하는 만큼 누가 4강에 진출하느냐가 향후 경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2차 경선 진출자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지지세 결집을 위한 막판 공세를 펼쳤다. 후보 대부분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지만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돼 사실상 보수 지지층의 선택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전 경북 경주시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 예정지를 방문하고 경북 포항시로 넘어가 2025 대학생 과학기술정책 포럼에 참석했다. 전날엔 대선 경선 B조 토론회가 끝난 이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했다.
한 후보는 이날 APEC 정상회의 현장 점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틀간 이어진 TK행 관련해 "대한민국에서 대단히 중요한 행사가 올해 가을 경주에서 열린다. 그 과정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걱정하는 부분도 설명해 드리고 정치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말해드리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원들이 많은 곳이란 개념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보수 지지층 사이 자리 잡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을 탈피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대구·경북을 방문해 'TK 르네상스 시대'를 약속했다. 나 후보는 대구·경북 신공항 2030년 개항을 실현과 함께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대구 남구 관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나 후보와 안 후보의 신경전은 이날 대구 현장에서까지 이어졌다. 안 후보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후보를 겨냥해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대선에 나가라고 했다면서 흘리다가 토론에서는 막상 불리하니 윤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말라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 이 정도까지는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각하'를 외치던 분이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대선판에 뛰어든 모습, 당원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며 "그 말과 행동이 지금 어떻게 정당화되느냐. 몰염치의 끝"이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대구시의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 후보의 비판을 두고 "급하신 것 같다"며 "제가 드릴 말은 이제는 우리가 사실 탄핵 반대한 분들, 찬성한 분들도 마음을 모아서 결국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든든히 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대답으로 대신하겠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지난 주말부터 서로를 향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하라"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다니는 뻐꾸기" 등 날 선 비판으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3강(김문수·한동훈·홍준표) 구도에서 4~5위를 다투고 있는 두 후보가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각을 세우는 것이다.
둘 중 누가 2차 경선에 진출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나 후보가 4강에 올라간다면 반탄 3인, 찬탄 1인 구도가 형성돼 한 후보에게 유리한 판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당원들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고려해 중도 확장이 가능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와중에 그 표가 한 후보에게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쏠려야 한 후보에게 유리할텐데 반탄파 3명의 공격이 한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한 후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안 후보가 4강에 진출한다면 반탄파와 찬탄파 지지층 결집세 모두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대 2 팽팽한 구도 속 반탄파 지지자들은 더 강력한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최수영 평론가는 "김 후보는 2대 2 구도에 한 후보가 올라올 것을 대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반탄 측에서는 김 후보를 선택해 한 대행과 단일화에 희망을 걸고 뭉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 경선 진출자 4명을 가려내기 위해 5개 기관이 이날부터 이틀간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결과는 오는 22일 저녁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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