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차출론이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 지명 제동에 따라 출마 명분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그 직후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데 이어, 주말 사이에는 대형 교회를 찾아 여러 뒷말을 낳았다. 마치 한 권한대행 스스로 대선 군불을 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한 권한대행이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진 대선 차출론에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해당 발언을 두고 '결심이 섰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한 권한대행의 이같은 입장이 헌재의 헌법재판소 지명 제동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했다. 권한대행의 전례 없는 인사권 행사 논란과 함께 '한덕수 차출론'이 부상했다. 조기 대선 전 보수 성향 재판관을 지명한 그의 '정치적 결단'에 보수 진영이 호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과정에서 한 권한대행의 CNN 인터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가 줄줄이 이뤄졌다. 이후에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대선과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영호남을 번갈아 찾는 묘한 행보만 보였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속속 제기된 가운데, 헌재는 지난 16일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원 일치로 인용했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차출론 배경이 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무색해진 셈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권한대행 측이 헌재에 '발표는 했지만 지명은 아니다'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더 높은 여론조사 결과까지 발표됐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이후 외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오히려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터뷰 자체는 헌재의 가처분 인용 결정 하루 뒤에 이뤄졌다. 만일 한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조차 없었다면 그간의 여러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자리였던 셈이다.
한 권한대행은 해당 인터뷰가 공개된 날 대형 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가 찾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는 대권 주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언급된다. 이 교회는 지난 2022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모습을 드러낸 곳이다.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는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들렀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주시하는 분위기다. 홍준표 후보는 21일 "대선 때는 지게 작대기도 필요하다. 한 권한대행도 빨리 그만두고 입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는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우리 경선의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누구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도 같은 방송에서 "대선 출마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권한대행의 외신 인터뷰와 관련해 "당당하지 못하고 좀 정직하지 못하다"며 "만약 정말 출마하고 싶다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서 당당하게 검증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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