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 두 번째 순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이날 약 5000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울산=서다빈 기자

[더팩트ㅣ울산=서다빈 기자] "김경수? 경남에서 인지도 있지만 그래도 안 돼. 이재명의 아성을 무너뜨릴 순 없어. 이재명은 큰 산이야."

20일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눅눅한 날씨에 인상을 찌푸릴 법도 했지만 약 5000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200m 밖부터 후보들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언주, 전현희, 김병주, 한준호, 송순호 최고위원도 현장을 찾았다. 지지자들은 이들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고 최고위원들은 이에 화답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 20여 명은 각양각색의 가발을 쓰고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천막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지지자들은 행사장 입구 계단을 가득 메운 채 그를 기다렸다. /서다빈 기자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연설회 시작 전 당원들이 모인 천막을 찾았다. 김경수 후보는 천막 앞을 지키던 어린아이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후보가 천막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지지자들은 행사장 입구 계단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이 후보가 다른 문을 통해 입장하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들 서진(8) 군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는 이수훈(42) 씨는 손에 세잎클로버를 들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불공정하지 않고 안전했으면 좋겠다. 노력하면 보상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이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친구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이우영(65) 씨는 "이재명은 탁월한 인물이다. 어려운 시간들을 많이 겪었고 서민들의 삶을 잘 안다"며 "나는 강릉 출신인데, 지역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보고 뽑는다. 이재명은 보수, 진보, 중도를 골고루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형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전날 충청권 투표 결과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날 발표된 권리당원·전국대의원 투표 결과 이 후보는 88.1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딸과 함께 현장을 찾은 A 씨는 "90%는 나올 줄 알았다. 아쉽고 오늘은 90%를 넘었으면 좋겠다"며 "김경수 후보는 경남권에서 인지도 있지만 이재명의 아성을 무너뜨릴 순 없다"고 말했다.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연설회 시작 전 당원들이 모인 천막을 찾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서다빈 기자

'양김(김동연·김경수)' 지지자들의 열띤 유세도 이어졌지만 '어대명' 기류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김동연 후보의 이니셜 'DY'가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50대 B 씨는 "현직 지사이다 보니 당원들과의 접촉 기회가 부족했다"며 "원래는 당원들과 폭넓게 만나는 공정한 경선이 보장돼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랑과 경제'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던 50대 남성 C 씨는 "김동연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한 경제 전문가"라며 "전날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당대표였기 때문에 인지도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 지지자들은 이번 경선을 '미래를 위한 준비'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서형수(60대) 씨는 "김경수가 젊고 유능해 보인다. 젊은 패기로 나라를 잘 이끌어줄 것 같다"며 "이번에 꼭 당선되려는 건 아니고 다음을 보고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김경수 후보에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를 느낀다는 박수린(41) 씨는 "이번에 아쉬운 결과가 나오더라도 차차기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 20여 명은 색색의 가발을 쓰고 '다시 만난 세계'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서다빈 기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안태원(56) 씨는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좀 더 지켜보겠다"며 "분위기를 봐서는 이재명이 1등이다. 사회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통합할 수 있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은 전날 청주 연설회와 마찬가지로 네거티브 없는 축제 분위기였다. 각자의 후보를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다른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흐뭇한 표정으로 "정치는 이래야지"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엄정희(54) 씨는 "이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김경수 후보가 왔을 때도 손을 잡고 인사했다. 화내는 사람이 없고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이야기했다. 양산에서 온 이묘배(32) 씨도 "민주당은 같은 팀이다. 네거티브가 없어야 한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지만, 김경수 후보도 그 자체로 펼쳐오신 정칙 철학과 존경할 부분이 있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호남권(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27일 수도권·강원·제주(일산 킨텍스)의 권역별 순회경선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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