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울산=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들이 영남을 찾아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과 함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균형발전 정책을,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각각 '부채 계승'과 '정서적 유산'을 강조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부각했다.
20일 울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후보자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세 후보는 지역을 겨냥한 공약과 함께 영남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당은 17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영남권 권리당원과 대의원 대상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첫 주자로 나선 김동연 후보는 "노무현의 계승자가 되고 싶다"며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복지국가·국가균형발전의 꿈을 이룰 자신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국가발전전략 '비전2030'을 추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거듭 강조했다. 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IMF 극복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 역시 현재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동연 후보는 "1998년 IMF,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경제위기, 저 김동연은 매번 위기의 한복판에서 해법을 찾았다. 경제 성장의 V자 그래프를 그려내고, 침체를 성장으로 바꿨다"며 "다시 등장한 트럼프에 맞서 국익을 지켜낼 사람은 바로 저"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저부터 권한을 내려놓고 기득권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개헌으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겠다.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하고, 모든 책무를 마치고 표표히 물러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동연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고 자부한다. 저는 할 수 있다"며 "최동원 투수가 15회 말 연장까지 던진 209개의 공, 그 정신대로 민주당의 최동원이 되겠다"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연단에 오른 김경수 후보도 '친노·친문계'의 적자로 불리는 만큼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김경수 후보는 "그럼에도 이곳 영남은 여전히 선거만 치르면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다"며 "(지난 총선) 승리의 순간 우리 영남의 동지들은 서로를 위로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부산 공터 연설을 기억하는가. 노 전 대통령이 보았던 그 공터와 벽을 우리 영남 당원들은 늘 마주한다"며 "저도 경남에서 두 번 낙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희망 하나로 묵묵히 버텨왔다"며 "그것이 노무현의 마음이고, 저의 마음이고, 영남권 당원동지의 마음"이라고 평가했다. 영남권의 인구감소와 청년유출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역 내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을 제시하는 한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 등도 약속했다.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의 꿈, 국가균형발전을 김경수의 꿈인 메가시티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완성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언급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경거망동하지 마라"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김경수 후보는 "관세 전쟁의 시대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과의 통상 협상은 다음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을 겨냥한 발언이 나오자 현장에선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마지막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경북 안동 출신인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영남의 큰아들'로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 당시 압도적 과반 승리가 발표되는 순간에도 환호할 수 없었다"며 "패배를 각오한 출전이었을지라도 외로움과 아쉬움을 삼켰을 영남의 동지들 때문이었다"라고 김경수 후보와 마찬가지로 영남권 총선 성적표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재명 후보는 "동토에서 독립운동하듯 민주당을 지켜온 영남의 동지들이 당의 든든한 뿌리"라며 "여러분이 승리의 주인공, 역사의 주역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대선은 단지 5년 임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선택"이라며 "이곳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경제를 책임지던 화학·조선·기계산업도 무서운 추격 속에 쓰러져 가고 있다. 멈춰버린 성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은 이미 승리의 길라잡이, 변화 발전의 설계도가 있다"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꿈인 균형발전을 토대로 김경수 후보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 비전을 실행하겠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등도 약속했다.
전날 집계된 충청권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88.15%, 김동연 후보 7.54%, 김경수 후보 4.31% 순이었다. 당은 영남권 발표 이후 26~27일엔 호남권(김대중컨벤션센터), 수도권·강원·제주(킨텍스)의 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나머지 50% 비중으로 반영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최종 결과는 27일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