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며 충청 민심 공략에 나섰다. 과거 충청 출신 대권주자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충청대망론'으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후보는 17일 충북 청주시 상당공원 4·19학생혁명기념탑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선된다면 바로 다음날 세종시에서 대통령 근무와 집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충청 중심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실뿐 아니라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까지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날 김 후보는 민주당 충북도당 당원 간담회에서도 충청대망론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아버지는 열혈 민주당원이었고 저 역시 그 DNA를 물려받았다"며 "지역갈등을 해결하고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 충청대망론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고를 앞세운 김 후보는 지역 맞춤형 공약도 대거 발표했다. 그는 △충청권 3개 대기업 도시 건설 △서울대 수준의 거점 국립대 발전 △그린바이오 산업 특화 단지 조성 △충청권 초광역 교통망 구축 등을 내세우며 충청권을 국가 통합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재명·김경수 후보 역시 민주당 첫 경선 지역(청주)인 충청을 찾아 김 후보와 같은 세종 대통령 집무실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다만 김 후보는 충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충청대망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차이가 있다.
김 후보가 충청대망론 재점화에 나섰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선 때마다 '충청대망론'이 등장하지만 실패한 상징이 된 지 오래다. 故(고) 김종필 전 총재, 이회창 전 총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이인제 전 의원 등이 대표적 충청대망론 인사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아버지의 고향 논산을 앞세워 ‘충청의 아들’을 자처했다. 공교롭게도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김 후보의 '충청대망론'이 정치적 미래를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가 충청권에서 이재명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함으로써 향후 정치적 자산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것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충청은 전통적인 스윙 스테이트(특정 정당이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지역)다"라며 "김 후보 역시 최소한 충청에서 이재명 후보에 이어 압도적 2위를 차지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경기 등 표밭이 넓은 다른 지역에선 격차가 날 수밖에 없는 만큼 본인의 상징성과 연고가 있는 충청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할 경우 향후 정치적 자산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며 "충청대망론이 실패했음에도 이는 승부를 보겠다는 포부이자 미래를 염두에 둔 전략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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