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에 가로막혔다. 정치권 안팎의 '한덕수 차출론'이 한 권한대행의 두 후보자 지명 이후 불거진 만큼,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한 권한대행의 운신의 폭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지명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재 9인 체제의 완결성을 강조했다.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문제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 과정에서 8인 체제를 고수한 점이 거론되며 명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인사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한 권한대행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는 지적이 거셌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 처장과 윤 전 대통령의 관계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40년 지기를 지명한 배경이 탐탁지 않다는 논리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인사청문 요청을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안팎으로는 '한덕수 차출론'이 부상했다. 한 권한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 관련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해당 통화는 한 권한대행이 이 처장 등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이뤄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의심은 국회 대정부질문을 기점으로 확산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4~16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신 영호남을 번갈아 방문하는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전북 전주 출신인 한 권한대행이 첫 일정으로 광주 기아차 공장을 택하고, 두 번째 일정으로 울산 조선업체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진보·보수세가 두드러진 지역을 차례로 방문한 만큼 대권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제동을 걸면서, 한 권한대행이 연출한 '무언의 대권 행보'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 17일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등이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9인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했다.
한 권한대행의 '발표는 했지만 지명은 아니다'라는 주장도 자충수가 됐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헌재에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발표는 단순한 의사표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후보자 발표는 곧 임명 의사를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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