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동현 기자] 한반도 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에 따라 자체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경우 한반도와 주변국의 핵 군비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세종연구소 주최로 '2025년 제1차 세종특별정책포럼 한국 핵무장 담론의 쟁점과 과제'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조성렬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초빙교수 등이 참석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규모를 언급하며 북한의 비핵화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5년 뒤인 2030년까지 최대 166~3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많은 수의 핵무기는 더 이상 생존용이나 협상용이 아니게 됐으며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한국이 더 이상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미국이 자국의 도시가 초토화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한민국을 지켜줄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며 "미국에 의존적인 지금의 한미동맹을 상호 간의 협의를 통해 핵 운용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한미동맹 2.0' 시대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발표 자료를 통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 핵실험장을 만든 것처럼 한국도 전방 지역 산에 핵실험용 갱도를 만들어 저위력 핵무기로 핵실험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핵실험으로 인해 소규모 인공지진이 발생해도 전방 지역의 지하 폭탄저장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해 핵실험 사실을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70여 척의 미국 잠수함 가운데 상당수가 원자로 수명주기인 42년에 다다랐거나 이미 초과한 상태로, 미국의 해군력 쇠퇴 역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한국·미국·일본의 공중 전력 또한 양안 전쟁이 발생할 경우 보장되지 않기에 핵무장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한국의 핵무장이 한반도의 핵 안보를 오히려 위협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한국과 북한이 모두 핵을 갖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는 치열한 핵 군비경쟁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항상 외부의 위협을 빌미 삼아 핵무장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기를 갖추면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고 고성능의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힘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결심할 경우 따라오게 될 비용도 언급됐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핵무장은 한국에 정치·외교적, 경제적, 기술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자체 핵무장론은 한국의 핵농축, 재처리 기술의 현재 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국민이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전 객원연구위원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핵보유국의 의무 사항은 자신의 핵무기나 그 통제권을 타국에 주는 것을 위반 사항으로 정해놨다"며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핵무기 통제권을 한국이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NPT 위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전략 자산은 우리 정부와 국민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핵 시대에 걸맞은 국가 안보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지난 2023년 한미 정성 간의 '워싱턴선언'을 보완해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방어준비태세) 2단계가 발령될 경우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긴급 배치한다는 공약을 추가해야 한다"며 "대북 핵 억제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북핵 협상을 빠른 시일 내 재개해 단계적인 위협 감소로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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