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본격화한 경선과 별개로 '반(反)이재명 빅텐트론'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독주에 맞서 '경선 흥행'을 외치던 국민의힘 스스로 시작부터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서류 심사를 거친 후 1차 경선 진출자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순) 등 8명을 확정했다.
본격적인 경선 체제 돌입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반이재명 빅텐트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일대일로는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당 경선 불참이 결정됐지만 한 대행 출마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은 큰 틀에서 빅텐트 구성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이 말하는 빅텐트는 '이재명에 맞서 결집해야 한다'는 것일 뿐 한 대행의 출마론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 대행 출마론과 이후 단일화 가능성을 두고 "우리 당 내부를 흔들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후보도 같은 라디오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갑자기 부전승으로 기다린다? 그것을 누가 동의하겠는가. 누가 그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한 대행을 겨냥해 "출마하고 싶은 내심이 좀 있어 보인다"며 "지금 모습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나마 여지를 남겨둔 후보는 김문수 후보뿐이다.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해 왔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김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향후 단일화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으로 읽힌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문수 등 보수우파 지지 후보+경제전문가 한덕수 대행의 시너지=필승'이라고 올리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 "우리 당 후보가 되고 나면 범보수는 물론 진보 중에서도 이재명은 막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대연정을 해야 한다"라며 "이른바 그랜드 텐트론인데, 김문수 후보는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찬성 의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범보수 지지율 1위인 김 후보가 앞장서 빅텐트론에 힘을 실으면서 스스로 당 경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 초선의원은 이날 <더팩트>에 "한 대행이 경선에 참여해 경선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그의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것"이라며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나와 어떤 명분으로 맞설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당의 화합을 강조해오고 있지만 빅텐트가 오히려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최종적으로 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된 후보뿐 아니라 당원과 국민이 단일화를 인정할 수 있겠나"라며 "그 자체로 분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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