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5당이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교섭 단체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2차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대통령 선거 직후 교섭단체 진입 장벽을 낮춰 소수정당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논의를 통해 조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소수정당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과제다. 법안 발의, 상임위 배분, 예산 심사 등 입법 과정에서 교섭단체 여부에 따라 권한에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 규모에서도 큰 격차가 있어 정당 운영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기호 1번과 기호 2번이 모든 걸 다 해 먹는 구조"라며 "교섭단체 여부에 따라 권한과 재정 지원에 큰 차이가 난다. 사실상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선언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반대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지금이 그럴 타이밍이냐', '의안 결정 때 의견이 갈려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등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교섭단체 숫자가 많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야5당이 협조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다당제 체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정 부분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실제 입법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안 역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 당시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정치개혁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상징적 메시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진이 '헌정수호 연대’라는 명분 아래 위성정당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인센티브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반복된 '우리는 추진했지만 상대가 반대했다'는 식의 책임 회피 프레임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낮추면 보다 원활하게 다양한 소수 정당의 의견을 반영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수정당 참여 확대라는 명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선을 앞두고 연합 세력에 대한 정치적 보상 차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야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얼마나 동조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우리는 하려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했다'는 식의 핑계를 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