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의 지도부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 대행은 여당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들 못지않게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선 불출마' 못을 박진 않은 상황이라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혹시 모를 변수에 촉각을 세운 대권 주자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등 경선 레이스 초반부터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한덕수 대망론'이 경선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양상이다.
한 대행의 차출론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식을 줄 모르는 모양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도 한 대행이 당을 위해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도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행의 추대론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성일종 의원은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경험 많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한 대행이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완전한 대선 출마 거부 선언이라는 해석과 묘한 여윤을 남긴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2017년 3월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이 경선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정부 컨트롤 타워가 대선판에 뛰어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시각에서다. 미국발 상호 관세 문제와 내수경기 침체의 장기화 등 대내외적으로 직면한 경제 현실이 녹록지 않은 데다 출마의 명분도 약해 한 대행이 대권에 도전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그런데도 당 안팎에서 꾸준히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한 대행의 후보 단일화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태도를 달리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특정인을 옹립하는 일도 누구의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대행 추대론에 "당의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기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지난 11일 컨벤션 효과와 국민의 주목도를 고려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긍정 평가했던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가뜩이나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리함을 안고 치르는 대선에서 당 내홍은 여당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당이 경선의 중립을 지키며 화합의 흐름으로 끌어가려고 하지만 한 대행의 경쟁력이 치솟는 부분은 고민 지점이다. 한 대행이 이미 경선에 뛰어들어 당원과 민심의 표심을 다지는 후보들보다도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여권 후보군 가운데 출마 선언도 않은 한 대행(8.6%)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0.9%)의 뒤를 이었다. 한 대행은 한동훈 전 대표(6.2%)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5.2%)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응답률은 4.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경선 주자들은 한 대행 차출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 대행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직무대행"이라며 "본인이 대선에 나온다는 건 비상식"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경선의 김을 빼는 것 자체는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한 대행이 경선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큰 실익이 없다는 전망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행이 공평무사하게 공직자로서 직분을 망각해 당적을 갖고 대선에 출마한다면 잠깐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국민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 대행 출마설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선 "지난 대선 때 외부 인사(윤석열)를 데려와 성과를 거뒀기에 이번에는 시즌 2로 하자는 것"이라며 "한 대행을 수단으로 삼아 당 지지율 상승과 컨벤션 효과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